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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에스토니아의 과학 교육과정 비교 연구: 화학 영역을 중심으로


Abstract

이 연구는 우리나라와 에스토니아의 과학과 교육과정을 화학 영역을 중심으로 비교 분석하여 차기 교육과정 개정을 위한 시사점을 도출하는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과학 교과를 중심으로 전반적인 교육과정 설계와 두 나라의 공통 교육과정에 해당하는 과목에서 다루어지는 화학 영역의 핵심 개념을 비교하였다. 분석 결과 첫째로, 에스토니아는 총론에서 제시한 핵심역량이 과학 교과에서 어떻게 구체적으로 연결되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탐구 기능 및 태도와 가치를 교육과정 문서에 구체적으로 제시한 특징이 있었다. 둘째로, 화학의 핵심 개념 분석 결과 우리나라에서 다루어지는 개념이 대부분 에스토니아에서도 다루어졌다. 다만, 에스토니아는 더 광범위한 개념을 보다 정성적으로 다루는 경향이 컸다. 화학 과목에서 다루어지는 개념은 우리나라의 공통 교육과정 수준을 넘었으나, 이 과목도 정성적인 접근을 시도한다는 특징이 있었다.

Translated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compare and analyze the science curriculum of Korea and Estonia with a focus on the chemistry domain, and draw implications for reference when revising the next curriculum. To this end, the overall curriculum design centered on science subjects and the core concepts of chemistry covered in subjects corresponding to the common curriculum of the two countries were compared. As a result of the analysis, first, Estonia specifically suggested how the core competencies suggested in the general lecture were specifically connected to science subject. In addition, there was a characteristic that the inquiry function, attitude, and value were specifically presented in the curriculum document. Second, as a result of analyzing the core concepts of chemistry, most of the concepts dealt with in Korea were also dealt with in Estonia. However, Estonia has a tendency to deal more qualitatively with broader concepts. The concepts covered in the chemistry subject exceeded the level of the common curriculum in Korea, but this subject also had the characteristic of attempting a qualitative approa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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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론

첨단 과학 기술의 고도화와 코로나19와 같은 사회적 팬더믹 등의 급격한 사회 변화가 이루어짐에 따라 향후 미래 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역량을 현재의 학교 교육으로 키워낼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계속되고 있다.1 미래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핵심역량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세계 주요 국가들은 미래 사회를 위한 핵심역량을 국가 교육과정에 반영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하였고, 우리나라 역시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이러한 사회적 요구를 반영하여 총론에서의 핵심역량과 교과별 교과 역량을 제시하였다.2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미래 교육과 역량에 관한 고민과 관심은 DeSeCo (Definition and Selection of Key Competency) 프로젝트3의 후속 연구인 경제협력개발기구(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이하 OECD)의 ‘OECD Education 2030, 이하 OECD 교육 2030’ 프로젝트4로 이어졌다. ‘OECD 교육 2030’은 급속한 사회 변화까지 확대하여 미래 사회를 살아갈 학생들에게 필요한 역량을 밝혀내기 위한 것으로, 2단계로 이루어진 이 프로젝트는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를 초점으로 한 1단계 연구를 마치며, 구체적으로 교육과정 설계와 관련한 여러 가지 시사점을 제시하였다.5 이 과정에서 학습 프레임워크가 제시되었는데, 미래 사회 교육의 지향 점을 웰빙으로 정하고, 여기에 도달하기 위한 학생들의 역량과 지식, 기능, 태도 및 가치를 제시하였다. 최근 우리 나라도 ‘모두를 아우르는 포용 교육 구현과 미래 역량을 갖춘 자기 주도적 혁신 인재 양성’을 비전으로 하는 2022개정 교육과정 추진 계획을 발표하였다.6 이번 교육과정개정은 광범위한 의견 수렴을 통해 전 국민적 미래 교육 비전의 합의 과정으로 만들어 가고자 하고 있으며, 국민 참여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여 대국민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도 온라인 플랫폼에 ‘OECD 교육 2030’을 함께 제시하여 우리나라 교육과정의 개정의 방향을 짐작할 수 있도록 하였다.7

‘OECD 교육 2030’에서는 역량을 ‘복잡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지식, 기능, 태도와 가치를 동원하는 능력으로 정의하면서 역량 개념의 구성 요소를 ‘지식, 기능, 태도와 가치’로 제시한다.4 과거 가르쳐야할 지식 중심으로 구현되었던 과학과 교육과정은 2015 개정 과학과 교육과정을 통해 지식과 기능으로 구현되었다면,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태도와 가치가 추가적으로 반영될 수 있음을 예상할 수 있다. 이에 미래 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역량을 함양할 수 있는 화학 교육과정의 구성과 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시의 적절하다. 이에 화학 교육과정에서 구현해야할 지식, 기능, 태도와 가치에 대한 논의를 위하여 교육과정에서 이미 지식, 기능, 태도와 가치 등의 구성 요소들을 구현하고 있는 국가들의 교육과정을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

역량 개념의 구성 요소 증 지식은 교육과정을 설계할 때 교과에서 가르치고자 하는 개념, 선정된 개념에 대한 계열과 범위를 결정해야 한다. 계열은 내용의 순서로 교과에서 다루는 개념을 어느 순서로 도입할지와 관련된 것이며, 범위는 가르치는 수준과 관련된다. 가르칠 개념의 선정과 개념의 계열과 범위 선정은 학교 교육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에 교육과정 개정 때마다 뜨거운 논란이 되기도 한다. 이에 2022 개정 화학과 교육과정의 구성으로 적절한 개념 및 선정된 개념에 대한 계열과 범위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개념의 계열성과 범위 결정의 경우 해당 개념의 학습발달과정 관련 연구나 오개념 연구를 참고할 수 있으며, 주요 국가들의 교육과정을 검토하여 참고할만한 시사점을 도출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 특히, 수학과 과학의 경우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내용을 다루고 있어 국제 비교가 가능하기 때문에 과학의 경우 다른 나라의 교육과정을 탐색해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8 수학의 경우 국제 교육과정 비교 연구가 활발한 반면 과학 교육과정에서 국제 비교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며, 과학 교육과정에서 국제 비교 연구는 주로 미국, 영국, 싱가포르를 대상으로 과학 또는 물리 영역에서 주로 수행되었다.9,10 특히, 화학 과목에서 다루는 내용의 수준과 범위를 구체적으로 비교한 연구는 뉴질랜드 정도8로, 이외 다양한 국가들의 교육과정을 구체적으로 비교 분석한 연구들은 찾기 힘든 실정이다.

이에 ‘OECD 교육 2030’의 방향을 교육과정에서 반영하고 있는 국가의 화학 교육과정을 우리나라와 구체적으로 비교 분석하는 것은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위한 기초 연구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에스토니아는 대표적인 국제학업성취도 평가인 PISA(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 이하 PISA)와 TIMSS(Trends in International Mathematics and Science Study)에서 모두 유럽에서 최상위 성취를 보이는 국가로, 대표적인 교육 선진국인 핀란드보다 우수한 성취를 나타내면서 전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11,12 또한, PISA의 주요 성취 결과는 참여국 학생들이 실제 삶 상황에서 얼마나 잘 준비되었는지를 파악하고, 참여국의 교육 제도의 상대적인 장점과 약점을 확인하여 교육 정책이나 개혁 방향을 수립하는데 유용한 정보를 준다.13,14 그러한 의미에서 수학, 과학의 국제 비교로 활용되는 PISA 결과에서 최상위 성취를 보이면서 ‘OECD 교육 2030’의 방향을 교육과정에서 이미 반영하고 있는 에스토니아의 화학 교육과정을 우리나라 교육과정과 탐색해보는 것은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의미 있는 연구라 생각된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우리나라와 에스토니아의 과학 교육과정 중 화학 영역을 중심으로 두 나라의 교육과정을 비교 분석하여 차기 화학 교육과정을 위한 의미 있는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연구 방법

분석 대상

에스토니아는 면적은 45,227 km2, 인구는 1300백만 정도의 나라로, 우리나라보다 면적과 인구가 작은 국가이다. 오랜 시간 동안 발트해를 둘러싼 지리적인 요인 등으로 스웨덴, 독일, 러시아 등 주변 강대국의 지배하에 있던 국가이며, 1991년 소비에트 연방 붕괴로 독립하였다.15 독립 초기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봉착하였으나 이러한 상황에서도 1998년 모든 학교에 인터넷을 연결하였고, IT 인프라를 구축하였다. 교육을 매우 중요시하여 주 정부와 지방 정부가 교육을 가장 우선시하여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 세계 국가 중 인터넷 속도 1위 국가이며, 세계 최초로 인터넷 접속권을 인권으로 포함시켜 전국을 무료 와이파이존으로 만들고, 5세 때부터 코딩교육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은행 디지털 국가 인덱스에서도 1위로 선정된 디지털 강국이다.16 1999년 1인당 GDP가 5천 6백 달러였지만, 2019년 2만 3천 달러로 단기간에 성장을 이룩하였으며, 4차 산업혁명의 중심이 되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15

국가가 독립한 지 오래되지 않았고, 교육을 매우 중시하며 이를 바탕으로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끌어낸 것이 우리나라와 유사하다. 이에 우리나라와 사회·경제·문화적으로 유사한 맥락을 가지고 있으며, 국제학업성취도에서 최상위 성취를 나타내고 있는 에스토니아를 우리나라와 교육과정을 분석할 대상 국가로 선정하였다.

구체적인 연구 대상은 우리나라와 에스토니아의 교육 과정 총론17,18과 과학 교과에 해당하는 각론1921 문서이다. 우리나라의 과학과 교육과정에 해당하는 각론 문서가 공통 교육과정과 선택 교육과정이 모두 하나의 문서로 담겨있는 것과 달리, 에스토니아의 경우 기초 학교의 과학 영역과 후기 중등학교 과학영역으로 각론 문서가 나누어져 있다. 본 연구는 공통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화학 영역을 비교 분석하였기 때문에 공통 교육과정인 기초 학교의 과학 각론 문서를 주요 분석 대상으로 삼았으며, 화학 교과의 전체 과목 설계와 관련된 분석 부분에서는 후기 중등학교 과학 문서를 분석 대상으로 포함하기도 하였다.

분석 내용

분석은 선행연구8,2224를 참고하여 크게 2가지 내용으로 나누어 진행하였다. 첫째로, 전반적인 교육과정 설계에 대해 과학 교과를 중심으로 두 나라의 교육과정을 비교하였다. 이때 비교는 핵심역량, 총론과 각론의 관계, 두 나라 각론의 차이, 과학 교과목의 설계 및 시수, 평가를 중심으로 진행하였다.

둘째로, 두 나라의 공통 교육과정에 해당하는 과목에서 다루어지는 화학 영역의 핵심 개념을 매칭한 후, 1차적으로 공통적으로 다루어지는 개념과 그렇지 않는 개념을 분류하였다. 이후 공통적으로 다루어지는 개념의 경우 다루어지는 시기나 수준을 비교하였으며, 공통 개념이 아닌 경우는 에스토니아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우리나라와 다른 특징을 기술하고 이와 관련된 시사점을 도출하였다.

분석 내용의 신뢰도를 높이고자 과학교육 전문가 2인이 독립적으로 분석을 진행하였으며, 이후 각각의 분석결과에 대한 일치도를 점검하였다. 2인의 판정에 불일치가 보인 부분에 대해서는 두 나라의 교육과정 분석을 반복적으로 분석하고 논의하는 과정을 통해 합의한 결과를 도출하였다.

연구 결과 및 논의

전반적인 교육과정 설계 비교

우리나라와 에스토니아의 교육과정 총론 모두 교육과정을 통해 중점적으로 기르고자 하는 핵심역량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6개의 핵심역량을, 에스토니아는 8개의 핵심역량을 제시한다. 두 나라가 제시한 핵심역량 중 의사소통 역량이나 자기관리 역량과 같이 사용하는 용어가 직접적으로 동일한 핵심역량이 일부 있었으며, 용어는 다소 차이가 있으나 문서에 제시된 의미가 유사한 핵심역량이 대부분이었다. 두 나라의 핵심역량의 관계를 표현한 것이 Fig. 1이다. 에스토니아의 ‘수학, 과학 및 기술 역량’은 우리나라의 총론에서 제시한 핵심역량과 연결 지을 수 없었으며, 4차 산업 혁명의 선두국가로 인정받는 에스토니아가 ‘수학, 과학 및 기술 역량’을 총론 수준에서 제시하고 있다는 것은 이 역량을 전 국민이 필수적으로 길러야할 역량으로 특별히 강조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학 과목을 미래의 지능정보 사회를 선도하는 핵심 교과로 제시하고,25 과학 과목을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 과학이나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26 이를 총론의 핵심역량으로 제시할 정도로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는 않다. 이러한 면에서 에스토니아의 핵심역량으로 ‘수학, 과학 및 기술 역량’의 설정은 눈여겨볼만하다.

Figure1.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core competencies of Korea and Estonia.

jkcs-65-347-f001.tif

또한, 에스토니아는 교과의 각론에서 총론에 제시된 핵심역량이 학생들이 교과를 학습한 후 이와 관련된 역량을 어떻게 획득할지에 대해 자세히 진술하고 있다. Fig. 2는 과학 교과를 통해 핵심역량이 어떻게 획득될 수 있는 지 기술되어 있는 부분을 제시한 것이다

Fig. 2을 보면 과학을 통해 생물과 환경에 대한 태도가 확립되고, 새로운 지식과 해결을 제공하는 문화 현상으로써 과학에 대한 관심을 생성하며, 자연의 다양성과 보호에 대한 필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가치 있고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 지속 가능하고 책임감을 형성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성취는 총론에서 제시한 ‘문화 및 가치 역량’의 해당하는 것으로 이처럼 총론에서 제시한 핵심역량이 과학 교과를 통해 어떻게 성취되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특징이 있다.

Figure2.

Example of competencies formed through science subject in Estonia Curricul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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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우리나라 2015 개정 교육과정의 경우 총론에서 핵심역량을 제시하고, 이를 위한 방안으로 각 교과마다 교과 역량을 제시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과학과의 경우 5개의 교과 역량을 제시하고 있으나, 이러한 교과 역량이 핵심역량과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교육과정 문서에 드러나 있지 않다. 선행연구에서는 교과 역량과 핵심역량 간의 관계를 연구하면서 과학과의 교과 역량의 중복성을 지적하였으며, 일부 핵심역량은 과학과 교과 역량을 통해 발현되기 어려움을 보고하였다.27,28 이처럼 우리나라의 경우 총론의 핵심역량과 각론 간의 관계가 높지않다는 점에서 그 관계를 구체적으로 드러낸 에스토니아의 사례는 눈여겨볼만하다.

에스토니아 각론의 또 다른 특징은 Fig. 3과 같이 과학 교과의 활동이 다른 교과 영역에서 어떻게 통합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과학 교과에서 탐구기반 수업을 할 때 자료 해석하거나 분석하고 표, 그래프, 도표로 결과를 표현하는 활동이나, 자연 현상을 연구할 때 수학적 모델을 적용하는 등 과학 교과의 탐구 기반 학습이 수학 교과와 연결됨을 밝히고 있다. 이러한 다른 교과 영역과의 연결은 과학이라는 교과가 해당 학문에 한정된 역량만 개발하기보다는 다른 학문과 연계된 역량 또한 개발할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해당 과학 교과의 가치를 보여줄 수 있다고 판단된다. 반면, 우리나라 교육과정의 각론은 해당 교과의 내용을 상세히 제시하긴 하였으나, 에스토니아와 같이 다른 교과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통합적으로 보여주는 시도가 교육과정 문서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차기 교육과정에서는 각론에서 과학 교과를 통한 역량이나 내용이 다른 교과와의 어떠한 측면에서 연결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Figure3.

Example of integrating science with other subjects in Estonia Curricul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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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토니아는 1~9학년의 기초 학교(basic school)와 10~12학년의 후기 중등학교(upper secondary school)로 크게 나누어져 있다. 우리나라의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기초 학교에 해당하며, 고등학교가 후기 중등학교에 해당한다. 기초 학교는 다시 3개의 학습 단계(stage of study)로 구분된다. 이는 우리나라 과학과 교육과정이 초등학교 3~4학년, 초등학교 5~6학년, 중학교로 학년군을 설정한 것과 유사한 것이다. 기초 학교와 후기 중등학교에서 이수하는 과목은 Fig. 4와 같다. 후기 중등학교의 경우 화학 필수 및 선택 과정과 학제간 선택 과목(interdisciplinary optional course)만 표현하였다.

Figure4.

Subjects of basic school and upper secondary school in Esto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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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토니아의 기초 학교에서 눈여겨볼 것이 우리나라 중학교에 해당하는 3단계에서 과학뿐만 아니라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리학(지구과학)과 같은 과학의 세부과목을 필수 과목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경우 과학의 세부 과목을 고등학교 선택과목으로 설정한 것과 대조적이며, 후기 중등학교의 화학 필수 및 선택 과목은 우리나라의 경우 화학 I, II로 구분되는 것과 달리 영역명 하나가 한 과목으로 구성되어, 과목이 세분화되어 있다. 이는 고교학점제 도입에 맞추어 다양한 선택과목을 개설해야하는 사회적 요구를 고려할 때 우리에게도 고려해볼 만한 과목 구성이다. 화학 과목 안에서 세분화하고 학점을 나누어서 과목을 구성하면, 학교 상황에 따라 1학점 이상의 다양한 학점으로 화학 과목을 개설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에 맞추어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학교의 상황에 맞는 유연한 교육과정 설계를 위한 과목의 구성을 고려해야할 것이다. 또한, 에스토니아의 경우 과학 교과에서 학제간 선택 과목으로 6개의 과목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교육부가 최근 발표한 2022 개정 교육과정 교과체제의 선택과목 중 융합 선택과 관련이 있다. 에스토니아의 과학 교과에서 학제간 선택 6개 과목의 공통적인 특징은 모두 기술 기반 과학 탐구라는 점이다. 에스토니아의 교육과정이 2014년부터 시행된 것을 고려해볼 때, 현재의 과학 기술을 반영하고 미래 교육을 준비하는 다양한 학제간 과목을 준비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에서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에스토니아의 학습 단계별 과학 교과의 주간 수업 시수는 Table 1과 같다. 첫 번째 특징으로 기초 학교의 시작과 함께 과학 교과를 공부하며, 학습 단계가 높아질수록 과학 교과의 전체 시수가 증가한다. 우리나라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과학을 시작하며 3~6학년까지 대략 주당 3시간씩, 중학교에서는 대략 자유학년제일 때 3시간, 그 외 학년일 때는 4시간씩 과학을 배우는 것이 일반적이다. 전체적인 시수를 비교해보면 초등학교는 유사하거나 우리나라가 약간 적으며, 중학교에서는 에스토니아의 과학 시수가 훨씬 많아진다.

Table1.

Weekly class time by grade

Subject Weekly class time by stage and grade
First stage of study Second stage of study Third stage of study
1st 2nd 3rd 4th 5th 6th 7th 8th 9th
Estonia Science 1 1 1 2 2 3 2
Chemistry 2 2
Other than Chemistry (Physics, Biology, Geography) 2 6 6
Total 1 1 1 2 2 3 4 8 8
Korea Science 3 3 3 3 3~4 4 4

또한 에스토니아는 학년군별로 도달해야할 성취기준을 가치와 태도, 탐구 기능을 별도로 구성하여 제시하고 있었다(Table 2). 학년군별로 가치와 태도에 해당하는 도달해야하는 성취기준을 제시하면서, 학생들이 자연 과학 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 활동의 가치를 인식하며, 인간이 자연의 일부임을 깨닫고 환경을 인식하는 소비자로 성장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었다.

Table2.

Learning and Educational Outcomes in ‘Value and Attitudes’

After completing the 3th grade of study, students: After completing the 6th grade of study, students: After completing the 7th grade of study, students:
1) show interest in studying nature through creativity and imaginative ways; 1) are interested in studying natural sciences; 1) show an interest in studying natural sciences and are interested in a career in natural sciences and technology;
2) understand that human beings are part of nature, human life depends on nature and consider sustainability as important in their attitude towards nature; 2) value research activities in getting to know nature; 2) value research activities in getting to know natural phenomena, confidently use creativity;
3) observe the beauty and uniqueness of nature and value the diversity and biodiversity of their surroundings; 3) value diversity in biology and landscapes and sustainable lifestyle; 3) believe in their own abilities and are confident in studying natural phenomena;
4) show compassion for animate beings and their needs; and 4) function as environmentally-aware consumers and value healthy food; and 4) value order in doing experiments, follow rules that are agreed upon and take care of tools for experiments
5) illustrate the capability to move around and be aware of safety aspects in the natural environment safely, without destroying natural resources or hurting themselves. 5) notice the environmental problems in their home areas and Estonia and are motivated to participate in age-appropriate environmental protection events. 5) value the diversity of living and non-living nature.

또한 태도와 가치 다음에는 탐구 기능에 해당하는 성취 기준이 단계별로 제시되어 있다. 예를 들어 문제 인식의 경우 1~3학년에서는 다루어지지 않으나 4~6학년에서는 ‘연구 질문, 문제를 공식화하고 가설을 검증하기’, 7~9학년에서는 ‘자연 과학에 관한 질문을 묻고 조망하기’를 성취기준으로 제시하여 탐구 요소별로 학생들이 도달해야 하는 바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다른 출처에서 과학 관련 정보를 찾고 이러한 정보 출처의 신뢰성을 토론하기, 과학적 설명과 비과학적 설명을 비교하는 법을 알기, 일상생활에서 과학 지식의 필요성을 정당화하기’ 등 우리나라 과학 수업에서 접하기 어려운 탐구 요소들을 성취기준으로 제시하고 있었다. 과학과 교육과정 문서에서 8가지 기능을 제시한 것에서 머무른 우리나라 과학과 교육과정에 비하여 주요 탐구 요소들을 성취기준으로 설정하여 학생들이 단계를 거치면서 탐구 역량을 기르도록 하는 것은 에스토니아가 과학 탐구의 설계 및 평가 등 과학 역량에서 우리나라에 비해 탁월한 성취를 보이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12

마지막으로 에스토니아의 교육과정 문서에서는 평가를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는데, 에스토니아와 우리나라의 평가 기준을 비교해보면 Table 3과 같다. 에스토니아의 평가 기준은 우리나라와 동일하게 A~E의 5단계 척도로 등급을 판정하고 있었으나 두 나라간 차이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성취 평가 등급 판정시 등급별 비율에 대한 차이가 있었다. 한국의 경우 성취율 10%의 등간격으로 A~D의 등급이 나누어져 있었으며, E등급의 경우만 60%미만이라는 넓은 범위의 성취율을 갖고 있다. 이와 달리 에스토니아의 경우 5단계의 등급의 간격이 10%, 15%, 25%, 30%, 20%으로 일정하지 않았다. 두 번째로, 성취판정에 대한 기준이 상이하였다. 우수한 수준의 경우 우리나라와 에스토니아 모두 80%이상의 기준이 동일하였으나, 다소 미흡이나 미흡의 판정 기준은 우리나라의 판정 기준이 에스토니아에 비해 상당히 높았다. 세 번째로, 에스토니아는 D나 E를 판정 받은 경우 졸업을 할 수 없으며, 보충 수업(support system)에 배정되어 학생들이 해당 과목을 이수하도록 한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경우 미흡 이하에 판정되는 학생들에게 별도의 과정을 설계하는 것이 없으며, 이 성적이 학생들의 진급이나 졸업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처럼 에스토니아는 미흡에 대한 수준을 현실적으로 낮은 수행 기준율로 잡았으나, 여기에 판정되는 학생들에게는 보충 과정을 제공하여 과목의 이수를 보통 이상으로 올린 후 진급하게 하거나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진급을 하지 못하는 특징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등급 판정 기준도 보다 현실적으로 재설정할 필요가 있으며, 미흡 이하의 학생들을 위한 보충 교육의 방안도 고민이 필요하다.

Table3.

Grading criteria of Estonia and Korea

Level Estonia Korea
A Very good, 90 ~ 100% 90% or more
B Good, 75 ~ 89% 80% or more ~ less than 90%
C Satisfactory, 50 ~ 74% 70% or more ~ less than 80%
D Poor, 20 ~ 49% 60% or more ~ less than 70%
E Weak, 0 ~ 19% Less than 60%

과학 및 화학의 교육과정 내용 요소 비교

먼저 에스토니아의 과학 과목에 대한 전반적인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로, 학습 단계별로 제시된 학습 단원의 수가 다소 차이가 컸다. 1단계 학습은 10개의 학습 단원이 었으며, 가장 많은 시수가 반영된 2단계의 경우 17개로 가장 많은 학습 단원이 제시되었다. 마지막 3단계는 제시된 시수에 비례하여 가장 적은 4개의 학습 단원이 제시되었다. 이는 우리나라 교육과정에서 제시한 영역의 수가 초등학교 3-4학년은 17개, 5-6학년은 17개, 중학교 24개로 단원의 수를 산술적으로 한 학기로 환산하면 초등학교는 4.25개, 중학교 4개로 시수와 큰 차이가 없는 것과 대조적이었다.

둘째로, 우리나라의 과학의 경우 각 학년군별 제시된 영역을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으로 구분하였을 때 다루어지는 개수가 유사한 측면이 있으나, 에스토니아의 과학 교육과정에서 각 단계별 학습 단원의 구성에서는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이 유사하게 구성되지는 않았다. 우리나라도 과학에 대한 교육과정을 개정할 때 학생들의 발달 단계에 맞추어 세부과목의 비중을 달리하는 방안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세 번째로, 에스토니아의 과학 교육과정에서는 에스토니아라는 자신의 나라와 관계된 여러 단원이 편성된 점이 흥미롭다. 1단계 학습에서는 1개 단원(『My homeland: Estonia』)에서, 2단계 학습에서는 무려 4개 단원(『The Baltic Sea as a Living Environment』, 『The Living Environment in Estonia』, 『Estonia’s Natural Resources』, 『Nature and Environmental Protection in Estonia』)에서 자신의 나라를 소재로 과학적 개념을 학습한다. 이러한 점은 과학적 개념을 학습할 때 학생들이 자기가 속한 나라를 소재로 다룬다는 측면에서 학생들이 보다 친숙하고 실생활과 밀접한 과학적 개념에 입문하도록 도와준다. 초등학교 교육과정에서 각 지역마다 지질, 기후 환경, 생물 생태계 등이 다른 것을 활용한 과학 콘텐츠의 개발과 보급이 필요하다는 현장 요구가 있으며, 과학 수업을 통해 우리나라의 지역별 특성을 학습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과목 간 연계 수업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29

에스토니아의 기초 학교에 해당하는 3단계 학습까지 다루어지는 과학과 화학 과목에서 제시된 학습 개념 중 화학 관련 개념을 우리나라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9학년까지 다루는 과학 과목에서 제시된 화학 관련 영역의 학습 요소와의 관계를 나타내면 Fig. 5와 같다. 우리나라에 제시된 학습 요소 중 대부분이 에스토니아의 기초 학교 교육과정에 포함되었으나, 우리나라의 개념 중 에스토니아에 매칭이 되지 않는 개념과 반대로 에스토니아에서 제시된 개념 중 우리나라 교육과정에 제시된 개념과 매칭되지 않는 개념이 있었으며 이에 해당하는 개념은 음영으로 표시하였다. 또한, 에스토니아의 3단계 학습은 우리나라의 중학교 교육과정이지만 에스토니아의 기초 학교의 화학 과목에서 제시된 학습 개념의 대부분은 우리나라의 화학 I과 화학 II의 학습 요소에 해당되는 것이 많았으며, 9학년까지 제시된 학습 요소와 거의 연결되지 않았다. 화학 과목의 학습 개념과 10학년 이상의 화학 영역에서 학습 요소 매칭은 Table 4에서 자세하게 제시하였다.

Figure5.

Conceptual relationship between Korea curriculum and Estonia curriculum in chemistry domain.

jkcs-65-347-f005.tif
Table4.

Concepts covered in Estonia Basic School ‘Chemistry’ Subject

No. Learning Content(Estonia) Achievement standards (Korea)
1 What Does Chemistry Involve? [12화학 II 01-08]
: chemical, solvent, dissolved substance, colloid solution, emulsion, suspension, aerosol, foam, gel, mass percentage of solution
2 Atomic Structure and Periodic Table: Composition of Substances [10통과01-03~05], [12화학 I 02-01], [12화학 I 02-05], [12화학 I 03-02~03]
: chemical element, atomic number of element (sequential number), number of electrons in the outer layer, periodic table, simple substance, compound substance (chemical compound), atomic mass, molecular mass (formula mass), metal, non-metal, ion, cation, anion, covalent bond, ionic bond, molecular substance, non-molecular substance
3 Oxygen and Hydrogen: the Most Common Compounds [10통과06-02], [12화학 I 04-05]
: combustion, oxide, level of oxidisation, merging reaction
4 Acids and Bases: Substances of Opposing Properties [10통과06-03~04], [12화학 I 04-02~04]
: acid, base, indicator, neutralisation reaction, pH-scale of acids, salt
5 Best Known Metals [10통과01-05], [12화학 I 03-03], [12화학 I 04-05]
: active, medium-activity and low-activity metal, reactivity series of metals, reducer, reduction, oxidiser, oxidation, redox reaction, reaction speed, alloy, corrosion of metals
6 Main Classes of Inorganic Substances [12화학 II 02-06]
: acid oxide, alkaline oxide, strong acid, weak acid, hydrogen acid, strong base (alkali), weak base, roughness of water, solubility.
7 Amount of Substance: Mole Calculations [12화학 I 01-03]
: amount of substance, mole, molar weight, molar volume of gas, normal conditions
8 Carbon and Carbon Compounds [10통과02-01], [12화학 I 01-02]
: hydrocarbon, structural formula, polymer, alcohol, carbonic acid
9 The Role of Carbon Compounds in Nature and Carbon Compounds as Materials [12화학 I 04-06]
: exothermic reaction, endothermic reaction, thermal effect of reaction (qualitatively)

두 나라의 교육과정에서 제시된 개념을 비교했을 때, 가장 흥미로운 것은 우리나라에서 초등학교 5~6학년과 중학교에 제시된 기체와 관련된 개념들이 에스토니아 기초 학교에서는 다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에스토니아의 경우 기체와 관련된 내용을 기체의 역할(예를 들어, 산소와 수소의 역할)과 같이 특정한 기체의 특성에 대한 것에 초점을 두었으며, 기체 전체를 관통하는 법칙을 다루지는 않았다. 이는 에스토니아의 과학 교육과정이 전반적으로 정량적 측면 보다 정성적인 측면을 다루는 특성과 일맥상통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경향은 중학교 ‘화학 반응의 규칙과 에너지 변화’에서 다루어지는 질량 보존 법칙, 일정 성분비 법칙, 기체 반응 법칙이 에스토니아의 기초 학교에서는 다루어 지지 않는 것과도 연관된다.

물질의 3가지 상태와 특성과 관련된 개념은 에스토니아에서도 유사하게 다루어지고 있었다. 다만, 이를 우리나라의 경우 중학교에서 다룰 때 입자의 배열과 상태 변화할 때 열에너지의 출입까지를 포함하고 있으나 에스토니아는 이를 다루고 있지는 않았다. 이와 유사하게 혼합물의 분리와 관련된 내용에서 순물질과 혼합물을 배우고 혼합물을 분리하여 순물질을 얻는 것을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다루었다. 하지만 에스토니아는 혼합물의 분리에서 증류, 거름, 크로마토그래피 정도만을 다루었으나 우리나라는 밀도 차나 용해도 차를 이용한 재결정까지 포함하고 있었다.

에스토니아 과학 교육과정에서 우리나라의 초등학교 3~4학년의 “물의 상태변화”와 유사한 단원으로 2단계 학습에서 “Water as a Substance: Use of Water”이 있었다. 이 단원은 물의 상태변화를 통해 고체, 액체, 기체의 상태와 상태별 특성을 배울 뿐만 아니라, 물의 특성으로 모세관 현상, 물의 이용, 수질 오염과 보호, 물의 정화와 같은 개념을 학습 개념으로 추가적으로 제시하고 있었으며, 이러한 주요 개념은 우리나라 교육과정에는 없는 개념으로 7차 교육과정 화학 I에서 물을 다룰 때 일부 다룬 내용이다.

이처럼 에스토니아의 과학 과목의 교육과정을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에스토니아에서 다루어지는 개념이 우리나라에서 다루어지는 개념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다만, 에스토니아의 학습 내용을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화학 관련 개념을 매우 쪼개어 다양한 단원에서 다루고 있었으나, 에스토니아의 경우 하나의 단원에서 여러 개념을 통합적으로 다루고 있었으며 이에 따라 학년에 따른 내용 요소의 중복이 없다는 특징이 있었다. 이는 우리나라 과학 교육과정을 설계할 때 나선형 교육과정과 같이 반복 심화의 형태로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있어서 나타난 특징으로 보인다. 또한, 대표적인 화학 반응인 산과 염기의 경우, 에스토니아는 3단계 화학 과목에서 다루고 있는 데, 우리나라는 초등학교 5~6학년 때 산성, 염기성의 개념을 도입하고 있었다. 산과 염기의 학습이 학습자에게 여러 어려움이 있다는 선행연구30,31의 내용을 살펴볼 때, 현상 중심으로 초등학교 때 산과 염기를 다루고 다시 통합과학에서 이를 다루는 배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에스토니아 기초 학교의 3단계 화학 과목에서 제시된 학습 내용과 개념을 우리나라 교육과정 성취기준과 관련지어 표현한 것은 Table 4와 같다. 에스토니아의 기초 학교에서 다루는 화학 과목은 우리나라의 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필수 과목임도 불구하고, 다루는 내용이 우리나라의 10학년 이상인 통합과학, 화학 I과 화학 II에서 다루어지는 개념이 대부분이었다.

에스토니아 3단계 화학에서 다루는 내용은 우리나라 중학교 화학 교육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것들이 대부분이 었으나 우리나라에서 이 개념을 다루는 학년과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다. 1단원 ‘What Does Chemistry Involve?’은 화학의 기초를 다루는 것으로, 용액, 콜로이드, 퍼센트 농도 등을 키워드로 화학 II 교육과정을 관련 교육과정으로 제시하였으나 실질적으로는 전문교과 화학 실험의 ‘화학 실험의 기초’ 내용과 관련이 더 깊다. 실험을 하기 위해 필요한 물질의 물리적 특성과 기구 사용법, 용액의 제조를 다루고 있다. 2단원은 우리나라 화학 I의 원자 세계와 화학 결합과 분자 세계의 일부 내용이 그대로 일치한다. 다루는 수준 역시 우리나라 교육과정 유사한 데, 우리나라의 경우 화학 I에서 이온화 에너지, 유효 핵전하, 전기음성도와 같은 주기성을 중요하게 다루지만 에스토니아는 이러한 개념은 다루지 않고 원자의 전자껍질과 최외각 전자수를 주기율표와 연관시키는 수준으로만 다루고 있었다. 3단원과 5단원에서 산화와 환원 관련 내용이 다루어지고 있었으며, 에스토니아에서는 금속의 반응성, 반응 속도, 합금, 금속의 부식 등을 다루고 있었다. 4단원과 6단원은 에스토니아에서 산과 염기를 처음 다루고 있으며, 산과 염기의 특성과 지시약의 반응, 중화 반응과 염, pH를 다룬다. 여기서 pH는 몰농도가 도입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성적인 수준에서 다루어지는 특징이 있다. 또한 다루어지는 산의 범위가 HCl, HNO3, H2CO3, H2SO4, H3PO4 뿐만 아니라 H2SO3, H2S, H2SiO3로 우리나라에서 다루어지는 산의 범위보다 훨씬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었다. 다만, 다루는 범위는 넓되 이를 정성적으로 다루고 있었다. 6단원에서는 강산과 약산을 도입하면서 산의 세기 다루고 있으나, 우리나라 화학 II 교육과정에서 다루는 산 이온화 상수를 이용한 상대적 세기보다는 해리 정도에 따른 분류 수준으로 한정되어 있다. 이밖에 우리나라 교육과정에서 제외된 기체의 용해도를 다루고 있었으나, 이를 헨리의 법칙을 이용하여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정성적으로 온도에 따라 고체와 기체의 용해도 효과가 다름을 설명하는 수준이었다. 7단원은 물질의 양으로 몰, 분자량 등의 개념이 도입되었으며, 이는 우리나라 2015 개정 교육과정 화학 I의 시작 단원인 ‘화학의 첫걸음’에서 다루는 내용과 유사하였다.

마지막 8, 9단원은 탄소 화합물과 관련된 부분으로 우리나라는 교육과정 개정을 거치며 현재 화학 교육과정에서 탄소 화합물 관련 내용의 비중이 축소된 것에 비해 에스토니아는 2개 단원에 걸쳐 탄소 화합물을 상당히 비중있게 다루고 있으며, 내용의 수준도 심화된 내용이었다. 9단원 에너지의 출입을 배우면서 화석 연료나 생체 내 탄소 화합물의 반응이 우리 삶과 어떠한 관련이 있는지 평가하는 활동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에스토니아 기초 학교의 화학은 우리나라의 중학생들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배우는 과목이나 우리나라의 화학 I과 화학 II의 개념을 상당수 포함하고 있었다. 다만, 다루는 내용의 범위는 넓으나 이를 정성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특징이 있었다. 몰, 산과 염기, 원자의 구조, 산화와 환원, 탄소 화합물 등 다양한 개념을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었으나 정량적인 접근을 생각할 수 있는 보일 법칙, 샤를 법칙, 질량 보존 법칙, 일정 성분비 법칙, 기체 반응 법칙 등을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지는 않았다.

그동안 교육과정 개정 과정에서 학습자의 학습 부담을 줄여주고 미래 사회에 필요한 핵심 개념 위주로 다루고자 하는 교육과정의 의도에 따라, 화학 교육과정에서 다루는 개념은 축소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다루어지는 개념을 축소하는 것만이 학생의 학습량 부담을 완화시키는 방안이 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다양한 개념을 친근하게 다루되 정량적인 접근을 줄이고 정성적인 수준으로 다양하게 주요 개념을 다루는 다른 나라의 사례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2009 개정 교육과정 이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화학 문제가 지나치게 정량화되어가고 있다는 비판32이 단순히 이를 출제하는 기관만의 문제가 아니라 출제의 기반이 되는 교육과정에서 시작되는 문제는 아닌지도 논의가 필요하다.

결론 및 제언

이 연구는 우리나라와 에스토니아의 과학과 교육과정을 화학 영역을 중심으로 비교 분석하여 차기 교육과정 개정을 위한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먼저 과학 교과를 중심으로 전반적인 교육과정 설계에 대한 비교를 하였으며, 이후 두 나라의 공통 교육과정에 해당하는 과목에서 다루어지는 화학 영역의 핵심 개념을 매칭한 후, 두 나라의 다루어지는 개념의 차이, 다루어지는 시기 및 수준을 비교하였다.

우리나라와 에스토니아의 교육과정을 분석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두 나라에서 총론 수준에서 제시되는 핵심역량은 용어가 다소 차이가 있었으나 유사하였다. 다만, 에스토니아는 ‘수학, 과학 및 기술 역량’을 총론 수준의 핵심역량으로 제시하고 있었다. 또한 에스토니아 과학과 각론의 특징은 총론에서 제시된 핵심역량이 과학 교과를 통해 어떻게 구체적으로 발현될 수 있는지를 기술하여 총론과 각론의 유기성을 높였으며, 과학 교과 활동과 다른 교과 활동과 어떻게 통합될 수 있는지를 각론 수준에서 제시하였다는 점이 눈여겨볼만했다. 과학 교과목의 설정에서 공통 교육과정에 화학을 비롯한 과학 전공 영역을 필수 과목으로 이수한다는 특징이 있었으며, 후기 중등학교 과정에서 제시되는 필수나 선택과목은 우리나라 화학 교육과정의 대단원 하나 정도로 과목이 세분화되어 있었다. 이는 2025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에 앞서 학교의 다양한 요구에 맞추어, 1학점 이상의 다양한 학점의 화학 교과가 개설가능 할 수 있도록, 과목을 세분화하고 이를 적절히 붙여서 과목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에스토니아는 ‘OECD 교육 2030’에서 제시하는 역량의 구성 요소인 지식, 기능, 태도와 가치 등이 모두 교육과정 문서에 제시되어 있었는데, 지식과 관련된 성취기준에 앞서 탐구 기능, 태도와 가치에 해당하는 성취기준을 학년군별로 제시하여 학교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갖추어야할 탐구 기능 및 태도와 가치를 교육과정 문서에서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었다. 다양한 탐구 요소들을 학년군별로 구체적으로 성취기준을 제시한 것은 향후 우리나라의 과학적 탐구 능력 향상을 위한 방안으로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으며, 향후 교육과정 개정 시 새롭게 도입될 수 있는 태도와 가치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성취기준들의 방향도 살펴볼 수 있었다. 평가 측면에서는 5단계 평가를 하는 것은 동일하나, 평가의 기준이 상이하였으며 낮은 수행을 보인 학생들의 처리 방안도 달랐다. 차기 교육과정 개정 시 총론과 각론 또는 다른 교과의 각론 간의 유기성을 높이는 시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현재 총론에 제시된 핵심역량과 각론에서 제시된 교과 역량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기 위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에스토니아에 비해 우리나라의 ‘E’수준의 평가 기준이 60%미만으로 상당히 높아 현재 설정된 평가 기준을 보다 현실적인 수준으로 재설정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둘째, 화학 내용 요소를 비교하면 일부 개념을 제외하고 우리나라의 공통 교육과정에서 다루어지는 대부분의 개념이 역시 에스토니아의 공통 과정에서 다루어지고 있었다. 에스토니아의 특징은 다루는 범위는 넓되 이를 정량적으로 다루기보다는 정성적으로 다루는 측면이 강했으며, 다루는 개념을 반복적이고 심화적으로 다루는 우리나라와 달리 반복적으로 다루는 경향이 적고 하나의 단원에서 여러 개념이 통합적으로 다루어지는 경향이 컸다. 에스토니아의 기초 학교 3단계에서 필수과목으로 배우는 화학의 내용은 대부분이 우리나라 화학 I과 화학 II에서 다루어지는 개념으로 상당히 높은 수준의 개념을 다루고 있으나 이 역시 정성적인 측면에서 다루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요 화학 개념들을 나선형으로 반복 제시하면서 심화하는데, 상위 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심화의 내용이 정량적인 방향으로 제시되고, 이것이 수능의 최상위권 변별을 위해 지나치게 정량적인 접근으로 시도되어 학생들이 화학을 어렵게 느끼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에 교육 과정에서 주요 화학 개념의 제시 방법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며, 에스토니아의 기초 학교와 같이 중학교까지는 정성적인 수준으로 다양한 개념을 일상생활과 연계하여 다룬 후, 고등학교 선택 과목에서 정량적으로 개념을 정교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수능 등에서 변별을 위해 정량적인 계산에 의존하지 않으면서도 화학 역량이 우수한 학생들을 변별해 낼 수 있도록 주요 화학 개념들을 다양한 탐구 하위 요소들로 다룰 수 있도록 교육과정에서 강조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그동안 교육과정 개정 시 핵심개념 중심으로 내용을 적정화하기 위하여 다루는 개념을 계속 축소하는 방향이었으나, 향후에는 다루는 개념의 축소보다는 현재 교육과정에서 제시되는 개념의 반복, 심화 방식을 유지할지에 대한 고민과 화학 개념을 학년별 또는 학교급별로 탐구 기능, 가치와 태도 등과 연계하여 교수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Acknowledgements

이 논문은 2021년 공주대학교 학술연구지원사업의 연구지원에 의하여 연구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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