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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화학교사들의 과학의 본성에 대한 인식 연구 -보일의 공기 펌프 실험을 중심으로-


Abstract

이 연구에서는 비맥락적 상황과 맥락적 상황에서 예비화학교사들의 과학의 본성에 대한 인식을 비교하기 위하여 보일의 공기 펌프 실험과 이를 둘러싼 보일과 홉스의 진공에 관한 논쟁에 대한 과학사 소재를 개발하였다. 이 연구를 위하여 연구대상으로 충청북도에 있는 사범대학 재학 중인 예비화학교사 29명을 선정하였다. 이 연구에서 개발한 맥락적 상황과 관계가 있는 RFN 문항으로 ‘목표 및 가치’, ‘과학적 기능’, ‘교육적 응용 중 과학적 방법’, ‘교육적 응용 중 사회-제도적 측면’ 범주의 문항을 선정하였다. 그리고 RFN의 설문 문항을 통해 비맥락적 상황에 대한 예비교사들의 인식을 알아보았다. 그 후 예비교사들에게 보일의 진공 펌프 실험과 보일과 홉스의 진공에 관한 논쟁에 관련된 상황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RFN 문항과 관련된 맥락적 상황에서 예비교사들의 NOS 인식을 알아보았다. 자료로는 설문에 대한 응답과 보일의 법칙에 관련된 실험 결과, 조별 토론 자료, 인터뷰 자료 등을 수집하였다. 연구 결과, 비맥락적 설문의 대부분 항목에서 예비교사들은 정보에 입각한 견해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으나, 맥락적 실험 상황에서는 순진한 견해나 혼재된 견해를 가진 사례들이 발견되었다. 이 연구는 NOS 관련 맥락적 상황의 교육 자료를 개발하고, 비맥락적 상황과 맥락적 상황에 대한 예비교사들의 인식을 파악함으로써 예비화학교사들을 위한 NOS 교육에 기여할 수 있다.

Translated Abstract

In this study, we developed education materials using history of science related to the experiment of ‘Boyle’s air pump’ and the Boyle and Hobbs’ debate of vacuum to find out the perceptions of NOS by pre-service chemistry teachers. For the study, 29 pre-service chemistry teachers at a college of education in Chungcheongbuk-do were selected. As RFN items that were related to the contextual situation developed in this study, items in the categories of ‘Aims and Values’, ‘Scientific practices’, ‘Scientific Methods among Educational Applications’ and ‘Social-Institutional Aspects among Educational Applications’ were selected. Through the items of RFN, the perceptions of pre-service teachers in non-contextual situations were investigated. Then we presented the pre-service teachers with the situation related to Boyle’s experiment on air pump and Boyle and Hobbes' debate over vacuum. In addition, their perception of NOS was examined in contextual situations related to RFN items. Responses to the items, experimental results related to Boyle’s Law, group discussion, and interview data were collected as data. As a result of the study, it was found that pre-service teachers had informed perceptions in most of the items, but cases with naive views or mixed views were found in context experimental situations. This study can contribute to the NOS education for pre-service chemistry teachers by development of context situation education materials related to NOS and by finding out their perceptions in the non-contextual and contextual situ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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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론

과학의 본성(Nature Of Science, NOS)은 과학교육에서 매우 강조되고 있는 주제이다. 오늘날 과학교육은 학생들에게 단순히 과학 지식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 과학적 소양(scientific literacy)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하며, 이를 위한 핵심 요소 중 하나로 NOS에 대한 이해를 강조하고 있다.13 NOS를 이해하는 것은 과학 교과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4,5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2015 개정 과학과 교육과정 ‘과학탐구실험’ 교과에서 NOS를 핵심 개념으로 제시하는 등1 NOS를 정규 과학 교육과정에 포함하려는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과학교육에서 NOS에 대한 핵심적 내용 요소에 대한 합의가 꾸준히 제안되었는데, 최근 Irzik & Nola6가 NOS의 내용 요소를 선정하는 데 가족유사성 접근(Family resemblance approach, FRA)을 사용하는 것을 제안하였고, Erduran & Dagher7에 의해 사회-제도적 측면이 크게 확장된 과학의 본성 개념인 가족유사성 접근에 의한 과학의 본성(Family resemblance approach-to-Nature of Science, FRA-to-NOS)이 제안되었다. 이는 인문·사회와 자연·공학을 구분 짓는 시각을 벗어나 NOS 범주를 포괄적으로 설명한다.

그 후 Kaya et al.8에 의해 가족유사성 접근 방식으로 개발한 재개념화된 과학의 본성(Reconceptualized Family resemblance approach-to-Nature of Science, RFN)이 제안되었다. 여기서는 교사의 NOS에 대한 견해와 인식은 효과적인 NOS 교육을 위해 중요하다는 관점에 의해 FRA-to-NOS에서 교육적 응용을 따로 제시하였다. 즉, ‘목적 및 가치’, ‘과학적 기능’, ‘과학적 방법’, ‘과학적 지식’, ‘사회-제도적 측면’, ‘교육적 응용’의 6개 범주로 제안하였다. 여기서 ‘교육적 응용’ 범주는 기존의 FRA-to-NOS 범주의 나머지 5개의 범주를 교실 수업 상황에서 응용하고 적용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어, ‘과학적 방법’ 영역은 일반적으로 과학 분야들의 성격, 연구를 수행하는 방법과 순서에 관한 내용을 설명하는데, ‘교육적 응용’ 항목 안에 제시된 과학적 방법에서는 이러한 연구 과정과 방법을 수업에서 사용할 때 고려하거나 포함할 여부, 이러한 내용을 도입함으로써 학생들이 얻을 교육적 효과 등의 내용을 다루고 있다. 따라서 RFN의 ‘교육적 응용’ 범주는 과학 수업 중에 다양한 방법으로 FRA-to-NOS의 의미를 가르치는 것에 대한 건전한 근거를 제공한다.9,10

과학교사들이 가진 NOS에 대한 인식은 과학 수업에 반영되어 학생들의 과학 개념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1113 중등학교 이상에서 과학의 본성을 다루는 것이 학생들이 그 의미를 이해하고 인식하는 데 효과적이다.14 또한 지금까지 많은 연구가 예비과학교사를 대상으로 NOS에 대한 인식을 조사하였다.8,1523 그러나 이러한 연구들은 비 맥락적 설문을 이용하여 인식을 조사한 경우가 대부분이며, 화학 교과 맥락적 상황에서 인식을 알아본 연구는 거의 없다. 그러나 맥락적 상황과 비맥락적 상황을 함께 분석하여야 NOS에 대한 인식을 보다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맥락적 상황은 NOS 측면이 과학 내용이나 과정과 얽혀서 다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NOS의 맥락화를 위해 사회과학적 문제,24,25 과학사,26,27 탐구28와 같은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NOS를 맥락적으로 다루면, 과학 지식의 잠정성, 과학의 주관성, 과학적 모델의 역할, 창의성, 논쟁에 대한 과학의 본성 등의 견해가 비맥락적 상황으로 제시되었을 때보다 명료하게 드러난다는 연구29,30가 보고되고 있다. 특히 역사적 맥락에서 NOS를 다룸으로써 과학이 이루어지는 과정과 과학자에 대해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기여한다.26,27

NOS의 맥락화를 위한 방법의 하나로 과학사를 활용할 수 있으며,26 이를 통해 과학자들이 어떻게 일하는지에 대한 더 넓은 이해를 촉진할 수 있다.27 또한 탐구활동을 과학적 맥락에 포함하는 것은 NOS 개념에 대한 심층적 이해를 도울 수 있다는 이점을 가진다.28 특히 보일의 에어펌프 실험에 대한 과학사 및 과학철학적 고찰을 한 Shapin & Schaffer(1985)의 「Leviathan and the Air-Pump」31 그리고 보일과 홉스에 관련된 자료32,33를 활용했는데, 특히 Shapin & Schaffer31의 자료는 보일과 홉스의 논쟁으로부터 진공의 본성, 실험적 방법의 기원 등을 포함하는 과학사적 소재를 다루고 있어 RFN의 교육적 응용에 관련된 교육 자료로 사용하기 적절하다.34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보일의 공기 펌프 실험과 이를 둘러싼 보일과 홉스의 진공에 관한 논쟁에 대한 과학사 소재를 개발하고, 이와 관련된 RFN의 문항에 대한 예비 화학교사들의 인식과 개발된 실험 맥락적 상황에서 예비 화학교사들의 NOS에 관한 인식을 비교함으로써 NOS에 관련된 맥락적 상황 자료의 개발에 대한 필요성을 알아보고자 하였다.

연구방법

연구대상

연구대상은 충북 지역의 사범대학 화학교육과 학부 4학년에 재학 중인 27명의 예비교사와 화학교육을 복수전공 중인 환경교육과 학부 4학년에 재학 중인 2명의 예비 교사이다. 이들은 4학년 1학기에 연구자가 연구를 위해 개설한 ‘화학논술’ 강좌를 수강하였다. 이 강좌는 화학 교사 자격 취득을 위한 필수 교과목이며, 수강하기 전에 일반화학, 유기화학, 물리화학, 무기화학, 분석화학과 같은 교과내용학과 이에 해당하는 실험 강좌를 수강하였다. 또한 과학교육론, 화학교재연구와 같은 교과교육학 강좌를 이수하며 화학교육과 정규 교육과정을 대부분 마친 상태였다.

본 연구를 진행하기 전에 연구 대상자들에게 연구의 목적 및 방법, 기대 효과에 대해 안내하였고, 연구 참여에 대한 동의를 받았다. 또한 연구에 참여하더라도 본인이 원하면 언제든 연구 참여를 중단할 수 있음을 설명하였다. 남학생 13명과 여학생 16명으로 구성된 29명의 예비화학교사는 모두 연구 참여를 희망하였다. 연구대상은 자료의 간결성을 위해 본 연구의 결과에서 PT로 표기하였다.

연구 절차

이 연구의 초점은 예비화학교사들의 RFN 인식을 알아보는 것이 아니라, Shapin & Schaffer의 책에서 다룬 보일의 법칙에 대한 맥락적 상황과 관련된 NOS에 대한 인식을 알아보고자 한 것이다. 이 연구는 예비화학교사들의 과학의 본성에 대한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서 RFN에서 제시한 6개 범주를 기반하여 이 연구에서 맥락적 상황으로 제시하는 보일의 법칙에 잘 일치한다고 판단되는 RFN 3개 범주를 전문가 2인에 의해 추출하였다. 이렇게 추출된 범주는 ‘목표 및 가치’, ‘과학적 기능’, ‘교육적 응용(과학적 방법, 사회-제도적 측면)’이다. 이 세 가지 범주는 중학교 1학년에 제시된 보일의 법칙에 포함되는 과학교육과정의 목표와 일치하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선정하였다.

추출된 RFN의 3개 범주에 기반하여 비맥락적 설문과 맥락적 설문을 개발하였다. 이후 예비교사들에게 먼저 비맥락적 설문을 이용하여 보일과 홉스의 공기 펌프와 진공에 관한 논쟁에 관련된 RFN의 문항으로 ‘목표 및 가치’, ‘과학적 기능’, ‘교육적 응용 중 과학적 방법’, ‘교육적 응용 중 사회-제도적 측면’에 해당하는 문항에 대한 PT들의 인식을 조사하였다. 그후, PT들에게 보일의 공기 펌프 실험(부록에 제시)과 보일과 홉스의 진공에 관한 논쟁에 관련된 맥락적 상황을 제시하였다. 또한 보일의 공기 펌프 실험 내용과 관련이 있는 5종의 중학교 1학년 과학 교과서에 제시된 ‘보일의 법칙’ 실험에서 정성적 실험 목표와 정량적 실험 목표를 선택하도록 하였다. PT들은 각 목표에 해당하는 조사 방법 중 한 가지를 선택하여 실험을 수행한 후, 조별 토론을 하고, 같은 조사 방법을 선택한 조끼리 자료를 공유하고, 전체 발표를 진행하였다. 그 후에 PT들의 인식을 알아보았다.

본 강좌는 코로나19로 인해 원격 과제물과 실시간 화상 강의로 진행되었으며, 실험은 4∼5명을 한 조로 총 7개 조를 구성한 후에 조별로 실험을 하였다. 본래 실험은 모든 PT가 수행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강의가 진행됨에 따라 각 조 대표만이 직접 실험실에서 실험을 수행하였고, 나머지 조원들은 조 대표의 실험을 관찰하면서 함께 토론을 진행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졌다. 각 조 대표는 실시간 화상 프로그램을 통해 실험 과정과 결과를 공유하였고, 실험 후 조별로 실험 보고서를 작성하였다. 이후 실험에 대한 조별 토론, 전체 토론 및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여 RFN 문항과 관련된 PT들의 인식을 확인하였다.

비맥락적 및 맥락적 설문 개발

이 연구에서는 비맥락적 상황 뿐만 아니라 맥락적 상황을 제공하여 예비교사들의 NOS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고자 하였다. 비맥락적 상황과 맥락적 상황 모두 RFN에서 추출된 3개 범주에 기반하여 개발하였다. 먼저 비맥락적 설문의 경우 RFN이 본래 정량적으로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 6가지 범주의 70개 리커트 척도로 구성된 설문으로 되어 있으나, 이 연구는 맥락적 상황을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목적이기 때문에 추출된 3개 범주에서 사용된 RFN 문항들을 분석하여, 범주별로 개방형 질문을 제작하였다(부록 참조).

맥락적 설문은 3가지 범주에서 다음과 같이 개발하였다. ‘목표 및 가치’에 해당하는 문항은 ‘과학자들은 자신의 아이디어가 증거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을 때 마음을 바꾸어야 한다.’에 관련된 것이다. 즉, 실험을 통해 기체의 압력과 부피의 관계를 찾고, 이를 입자 모델로 설명하여 진공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지에 대한 PT들의 인식을 알아보았다. 이를 통해 실험이 진공을 증명할 수 없다면, 입자 모델을 주장하기 어렵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하였다.

‘과학적 기능’에 해당하는 문항은 “과학자들은 복잡한 과학적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모델을 만들고 사용한다.”에 대한 인식을 알아본 것이다. 여기서는 다양한 종류의 기체를 이용하여 실험을 진행하면서, 서로 다른 기체의 압력에 따른 부피 변화를 입자 모델을 이용하여 표현하도록 하였다. 보일의 법칙은 기체의 종류와 관계없이 부피와 압력의 관계가 적용되므로, 산소, 헬륨, 공기라는 물질의 특성과 상관없이 동일한 입자 모델을 제시하는 모델링 과정을 PT들이 수행하여야 한다. 근본적으로 보일의 법칙을 입자 모형으로 표상화할 때 점부피 입자를 가정해야 하므로 입자의 부피를 표현하는 것은 비록 기체의 종류에 상관없이 동일한 크기로 표현하였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입자의 존재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질량만 존재하고 부피를 표현하지 않는 형태로 모델을 구현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이 연구에서는 입자의 크기를 똑같이 표현한 경우를 점 부피와 같이 입자의 종류에 따른 부피의 차이를 무시한 것으로 보고 모델을 추상화된 세계로 인식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판단은 PT들의 심층 인터뷰와 실험 보고서를 근거로 하였다. 만약 기체의 종류에 따라 다른 입자의 크기, 모양을 제시하면, 이는 기체의 종류에 따라 다른 입자 모델을 적용하는 것이므로, 보일의 법칙에 관련된 모델링을 인식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맥락적 상황에서 교육적 응용 범주 중 ‘과학적 방법’에 해당하는 “학생들은 과학 탐구의 방법을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에 대한 PT들의 인식을 알아보기 위하여 5종의 과학 교과서 실험이 정성적 목표와 정량적 목표에 따라 조사 방법이 다르게 제시되어 있음을 PT들에게 소개하였다. 정성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3종의 과학 교과서에 제시된 방법을 소개하였으며, 정량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5종의 교과서 실험 방법을 제시하였다. 정성적 목표에 해당하는 조사 방법은 압력에 따른 기체의 부피 값을 3개만 측정하는 것이므로, 기체의 압력과 부피 관계에 대한 그래프나 수식을 표현하지 않으며 두 변인 간의 정성적인 경향성을 파악하게 된다. 정량적 목표에 해당하는 조사 방법은 기체의 부피 측정값을 여러 개 얻으며 이로부터 기체의 압력에 따른 부피를 그래프로 표현하고, 압력과 부피의 곱으로부터 반비례 관계를 도출하는 활동으로 구성하였다. 이 활동을 통해 PT들은 목표에 따라 과학적 방법을 스스로 결정하고, 그 이유를 논의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실험을 통해 과학적 방법을 사용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논의할 수 있도록 하였다.

맥락적 상황에서 교육적 응용 범주 중 ‘사회-제도적 측면’에 해당하는 “과학자들은 연구할 때 다른 과학자들과 협력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과학 수업에서 동료들과 협력하도록 권장되어야 한다.”에 대한 PT들의 인식을 알아보기 위하여 실험을 수행한 후 같은 실험 방법을 선택한 조끼리 압력에 따라 측정된 부피 값을 다른 조들과 공유하고 비교하는 등 협력을 통해 실험 결과와 그 해석이 편향된 것을 인식하고, 자료 공유를 통해 편향된 결과를 줄이고 일반화된 결론을 도출할 수 있도록 하였다. 최종적으로 기체의 압력과 부피 관계를 설명할 때도 다른 조와 데이터를 비교하고, 조원들과의 토론과 의견을 공유하는 협력과 소통을 통해 결론을 도출하도록 하였다.

맥락적 상황 자료 개발. Shapin & Schaffer는 저서 「Leviathan and the Air-Pump」30에서 보일의 공기 펌프 실험과 진공의 존재에 관한 홉스와의 논쟁에 대한 과학사적 고찰을 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이 책의 내용을 중심으로 PT들에게 과학사 맥락적 상황에 대한 자료를 개발하여 제공하였다. 자료의 개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660년에 보일은 공기 펌프를 만들고, 공기 펌프를 작동하여 진공을 발견하였다고 주장하였다. 17세기에 보일이 만들었던 공기 펌프는 최첨단의 거대한 실험 장비로, 보일만이 독점할 수 있었다. 보일은 폐쇄적인 공간에서 자신이 소속된 왕립학회 실험주의자들과 명망 있는 신사들에게만 실험을 직접 시연함으로써 그들의 인정을 얻었다. 그리고 실험에 참석하지 못한 실험가들에게는 실험한 장비와 실험 결과 등을 그림과 함께 묘사한 문헌을 배포하여 그의 실험과 이론을 인정받았다. Shapin & Schaffer는 보일이 사용한 이 방법을 근대 과학의 물질적 기술, 사회적 기술, 문헌적 기술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그 당시 왕립학회 회원이었던 홉스는 공기 펌프를 통해 진공을 발견했다는 주장을 반대하면서 보일과 논쟁을 벌였다. 먼저 진공을 발견하려면 진공을 정의해야 하는데, 정의도 없이 단순히 관찰을 통해 진공을 발견하였다는 주장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공격하였다. 즉, 그는 연역적으로 정의되지 않은 개념은 관찰도 불가능하다는 관찰의 이론 의존성과 관련된 주장을 한 것이다. 또한 홉스는 보일의 진공 펌프가 시연될 때 바람이 새는 소리가 들리는 점 등을 들어 보일의 공기 펌프가 불완전하기 때문에 완전한 진공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홉스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보일은 “나는 눈에 보이는 현상으로만 설명할 뿐이다”라고 주장하면서, 홉스와의 논쟁에 대해 “불가지론”으로 대응하였다. 또한 보일은 실험을 통해 수정 가능한 잠정적 지식을 추구한다는 것을 명확히 하면서 과학적 지식에는 오류가 있어 변화될 가능성이 있음을 인정하였다. 한편, 그 당시 이러한 새로운 실험적 방법에 반대한 홉스는 진공의 가설이 실험적으로 증명될 수 있다는 보일의 주장을 반대하였으나 실패하고, 보일의 법칙이 오늘날 받아들여지게 된 것으로 Shapin & Schaffer는 설명하고 있다.

화학교육 전문가 1인과 융합교육 박사 후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 1인이 Shapin & Schaffer의 저서를 바탕으로 한 사전 연구를 통해 과학사를 활용한 맥락적 NOS 교수 자료로 개발하였다. 예비교사들에게 제시한 맥락적 상황 자료는 교육과정에서 처음으로 이를 다루는 중학교 과학 교과서를 활용하였다. 물론 중학교 과학 교과서에서 제시한 탐구활동이 보일이 실제로 보인 진공 펌프 실험과 다소 차이가 있으나, 이를 제시한 이유는 이 상황 맥락이 교육과정과 관련되어 있음을 예비교사들이 인식하도록 하기 위함이며, 비록 교과서의 내용을 제시하였으나 연구대상이 예비교사이기 때문에 중학교 수준으로 논의를 한정하기 보다는 Shapin & Schaffer의 내용을 연결지어 논의의 수준을 확장하였다.

자료 분석. 본 연구에 사용된 자료는 RFN 비맥락·맥락 설문지, 실험 자료에 대한 조별 토론, 전체 토론, 심층 인터뷰를 통해 수집되었다. 또한 실험 수업 활동과 전체 토론 및 심층 인터뷰를 녹화하였고, 수집된 녹화본은 모두 전사되었다. 연구자는 온라인 메신저로 이루어진 조별 토론에 참관하여 토론 내용을 전사하였다. 조별 토론을 마친 후, 각 조 대표는 보일 법칙 실험 보고서와 토론 결과지를 제출하였다. 조별 토론에서 PT들은 문항에 대한 견해를 제시하고 다른 조원과의 의견 공유를 통해 견해의 합의를 도출하였다. 수집된 각 조에서 수행한 실험 보고서, 토론 과정의 전사본 및 조별 토론 결과, 전체 토론 및 심층 인터뷰 자료는 삼각측정법36을 통해 내용의 타당성을 확보하는 데 사용되었다.

RFN 설문의 각 문항에 대한 PT들의 응답은 ‘순진한 견해’, ‘혼재된 견해’, ‘정보에 입각한 견해’ 세 가지로 분류하였다. 이러한 분류 기준은 선행연구37에 근거한 것이다. 정보에 입각한 견해는 문항에 동의하는 견해를 서술할 경우이다. 혼재된 견해는 문항에 동의하는 의견과 동의하지 않는 의견이 함께 서술되었을 때로, 조건이나 상황에 따라 문항에 대한 해석이 달라지는 경우이다. 순진한 견해는 문항에 대한 정보가 없어 응답을 작성하지 않거나 문항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관련 없는 내용을 서술할 때, 혹은 문항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가 해당한다. 이러한 관점은 새로운 인식론에 저항하는 과학교육의 전통적인 관점에서 볼 수 있다.38

평가자 간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과학교육 전문가 1인, 맥락적 NOS 교수 자료 개발에 참여한 융합교육 전문가 1인, 현직 과학교사 1인이 PT들의 응답을 분석했다. 먼저 PT 29명의 RFN 설문지를 통해 각 문항에 대한 견해를 요약했다. 다음으로 각 문항에 대한 견해를 연구원들이 독립적으로 코딩하였다. 분석 결과에 대한 차이를 줄이기 위해 연구원 간 검토 및 수정 과정을 거치며 일치된 의견을 도출하였다.

연구 결과 및 논의

실험 결과를 통한 진공의 존재에 대한 인식

RFN 범주 중 목표 및 가치 범주에 해당하는 ‘과학자들은 자신의 아이디어가 증거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을 때 마음을 바꾸어야 한다.’라는 비맥락적 설문 문항에 대해 79.3%의 PT들이 설문을 통해 ‘정보에 입각한 견해’를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해당하는 응답 사례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과학적 아이디어가 잠정적인 것을 인정해야 과학자들은 더욱 발전된 사고를 할 수 있으므로 증거에 의해 뒷받침하지 않을 때 마음을 바꿀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양자역학의 등장 전까지 물리학자들은 고전역학을 절대적 진리로 믿고 이를 바탕으로 학문을 정립해왔다. 그러나 양자역학으로만 설명 가능한 현상들이 쌓여갔고, 결국 현대 물리학은 양자역학에 기초를 두고 진리를 탐구하고 있다.

(설문지, PT 52)

자신의 아이디어가 다른 변칙 사례 등의 증거에 의해 반박되었을 때 그 변칙 사례를 무시하거나 예외적으로 두는 것이 아닌 자신의 이론을 수정하고 보완해야 한다. 보어는 러더퍼드와 상충된 전자기 이론에 직면했을 때 태양계 모델을 도입하여 수소 스펙트럼을 성공적으로 설명할 수 있었고,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수소 스펙트럼의 계열도 예측할 수 있었다.

(설문지, PT 62)

그러나 보일의 공기 펌프 실험을 통해 진공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지에 관한 생각을 알아본 결과, PT들 중에는 진공을 관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와 관찰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다르게 나타났다. 진공을 관찰할 수 없다고 인식한 1조의 응답 사례는 다음과 같다.

처음에 만약 주사기 속 공기를 모두 빼낸다고 한다면, 주사기 안에 공기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부피는 0이 될 것이라고 예상을 했다. 그러나 우리가 수행한 정성적 실험으로는 진공이 명확하게 증명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략적인 힘의 세기 차이로 도출해 낸 결과이기 때문에 단편적인 결과로 이것은 진공을 증명했다고 보기 어려우며 실험 방법의 변화를 주고도 자신의 아이디어를 뒷받침하지 못한다면 마음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1조 조별 토론)

1조는 실험이 진공의 존재를 증명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방법이므로 실험 방법의 변화를 통해 정교히 수행되었을 때도 진공이 증명되지 않는다면 진공의 아이디어를 기각해야 함을 설명하였다. 이러한 관점은 홉스가 보일의 실험을 반박할 때 주장한 내용과 일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4조는 Fig. 1과 같은 그림을 제시하면서 매우 희박한 기체 입자의 존재를 진공으로 받아들였다.

Figure1.

Explanation of vacuum derived from Boyle’s law (Experiment report of Group 4).

jkcs-65-333-f001.tif

주어진 실험만으로는 진공을 설명할 수 없다. 따라서 입자 운동 모델의 도입을 통해 진공에 대해 뒷받침되는 새로운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진공을 표현할 모델의 예시는 Fig. 1과 같다. 대기압에서는 입자 사이의 거리는 약 30Å 이고, 분자 직경은 약 3Å 이다. 따라서 진공은 부피의 1/1000이 채워져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4조 조별 토론)

4조는 진공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증거로 입자 운동 모델을 도입하였고, 대기압 부피의 1/1000 정도 채워져 있는 상태를 과학자들이 진공 상태로 합의했음을 설명하였다. 즉, 일정 수준 이하로 입자가 채워져 있을 때는 기체의 존재를 무시함으로써 진공을 정의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이러한 관점은 보일이 실험을 통해 주장하고자 하는 관점과 일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보일과 홉스의 논쟁을 소재로 한 보일의 법칙에 관련된 실험 자료는 예비교사들에게 실험의 목표와 가치에 따라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을 체험하도록 하는 데 도움을 주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보일의 법칙에 관련된 모델에 대한 인식

RFN 범주 중 과학적 기능 측면에 해당하는 ‘과학자들은 복잡한 과학적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모델을 만들고 사용한다.’라는 문항에 대해 모든 PT들이 정보에 입각한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이에 해당하는 사례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과학자들은 복잡한 과학적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체계를 만드는 과정에서 모델이나 수식과 같은 모델을 만들고 사용하게 된다. 예를 들어, 기체 분자의 실제 운동을 설명하기 위해 이상 기체 모델을 사용한다.

(설문지, PT 71)

그러나 이 연구에서 활용한 실험을 통해 주사기 안에서의 입자 운동을 모델링 하도록 요구하였을 때, 7개 조 중에 3개 조(2조, 3조, 7조)는 복잡한 자연 현상을 그대로 표현하는 입자 모델을 만들었으며, 이를 통해 모델과 실제 자연 세계를 동일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예를 들어 7조에서는 산소와 헬륨의 입자 모델을 다르게 표현하였는데, 이를 통해 “기체의 종류에 상관없이 모든 기체의 압력과 부피의 곱은 일정하다(PV=K).”라고 가정한 보일의 입자 모델에 관한 인식을 하지 못하고, 개별 입자마다 다른 모델로 표현하려고 하였음을 확인하였다(Fig. 2).

Figure2.

Examples of different expressions of particles depending on the type of gas (Experiment report of Group 7).

jkcs-65-333-f002.tif

7조는 실험 보고서에서 입자의 개수는 10개로, 입자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화살표의 길이와 벽면의 충돌 횟수는 각각 다른 기체에서 똑같이 표현하였으나, 입자의 종류에 따라 입자의 크기는 다르게 표현하였다. 그리고 실제 세계에서 산소는 이원자 분자이므로 모델에서도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서술하였다. 그러나 공기가 혼합물임에도 불구하고, 모델에서 이를 반영하지는 않았다. 즉, 7조는 실험과 관찰을 통해 자연 세계를 탐구하는 과정에만 집중하며, 모델은 자연 세계에서 추상화된 개념을 만드는 것으로, 자연 현상에서 관찰하는 규칙성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는 것이지, 실제 자연 세계가 아님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2조도 기체의 종류에 따라 입자의 개수는 동일하게 그렸으나, 부피나 압력에 따라서는 입자 크기와 화살표 길이를 다르게 표현하였다(Fig. 3).

Figure3.

Examples of different expressions of size and movement speed of particles depending on the type of gas (Experiment report of Group 2).

jkcs-65-333-f003.tif

3조의 경우에는 실험 보고서에서 공기, 산소, 헬륨 기체의 색이나 모양을 다르게 표현해 입자 모델을 구별하였다. 따라서 7조 및 2조와 마찬가지로 입자 모델은 실제 세계를 대변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안유라, 김현주29의 모델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연구에서도 PT들은 원자 모델이 실제 원자의 모습을 최대한 비슷하게 나타낸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7조와 3조 PT들은 이러한 선행 연구의 결과와 유사한 인식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조, 3조와 7조의 PT들이 기체의 종류에 따라 입자의 크기, 화살표의 길이, 색깔 등을 서로 달리 표현한 것은 과학 교과서에 제시된 입자 모델과도 연관될 수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중학교 1학년 5종 과학 교과서에서 물, 향수, 헬륨, 아세톤, 공기 등 여러 종류의 기체 입자 모델이 제시되어 있는데, 이때 기체 입자의 종류를 구분하기 위하여 크기나 색깔을 서로 달리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이 모델들은 보일의 법칙과 같이 기체 입자가 종류에 상관없이 나타내는 규칙성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입자의 종류가 다르다는 것을 소개하기 위한 모델이다. 따라서 설명하고자 하는 자연 현상에 따라 다양한 모델의 개발과 사용이 가능해야 하지만, 이러한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제시하는 기능에 대한 인식을 일부 PT들은 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조별 토론과 심층 인터뷰에서 2조의 일부 PT들은 보일의 법칙을 다루기 위해서 기체 종류가 다르더라도 입자 모델의 크기를 같게 표현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였다. 이는 실험 보고서 및 심층 면담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기체의 종류와 관계없이 입자 크기는 동일하다. 빈 공간에 비하면 크기 차이는 무시할 만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또한 입자의 개수와 화살표의 길이도 일정하다. 부피가 줄어들수록 입자의 간격이 줄어들어서 충돌 빈도가 증가한다.

(실험 보고서, 2조)

PT 21: 보일 실험 후 입자 모델로 나타낼 때, 고려하는 점 중 하나로 입자의 크기를 동일하게 잡았습니다.

연구자: 공기 입자와 산소 입자, 헬륨 입자의 크기가 똑같다고 생각하나요?

PT 21: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연구자: 입자의 크기가 다 다른데 보일 법칙에서는 그 부분을 고려하지 않나요?

PT 21: 운동에너지가 같다고 생각해서 크기가 작으면 속도가 빠르니까 보일 법칙에서는 고려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연구자: 반대로 이야기하면 입자가 작으면 빨리 움직이는 데, 그러면 입자 사이의 거리가 더 멀어져야 하지 않을까요?

PT 21: 거의 차이가 없을 것 같아 무시해도 될 것 같습니다.

(심층 인터뷰, 2조)

6조의 조별 토론에서는 조건이 다양한 실제 실험 환경에서 보일의 법칙을 도출하기 위해 중요하지 않은 부분은 단순화하고 필요한 부분만을 강조해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서술했다. 또한 이를 반영하여 공기, 산소, 헬륨의 입자 운동 모델을 동일하게 표현하였다(Fig. 4).

Figure4.

Examples of same expressions of particles depending on the type of gas (Experiment report of Group 6).

jkcs-65-333-f004.tif

이러한 모델링 과정에서 PT들은 “교과서에서 입자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렇게 모델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법칙을 표현하는 것이 과연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요구하는 ‘모델을 만들고 사용하는 능력’으로 볼 수 있는가?”라는 추가 질문을 받았다. 이에 대해 2개 조(4, 6조)는 교과서가 모델을 직접 제시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이었고, 1개 조(2조)는 교과서처럼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6조는 교과서가 ‘기체의 압력과 부피 관계를 입자 모델로 설명할 수 있다.’라는 학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미 합의되고, 합리적이라 생각하는 입자 모델을 학생들에게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이러한 제시는 수업의 시간적 여유나 학습자 수준을 고려할 때 학습 목표 도달에 효과적이기 때문으로 추측했다. 그러나 이미 제시된 입자 모델은 학생들의 사고를 제한할 수 있으므로, 학생들이 직접 다양한 모델을 만들고 비교하는 활동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우리가 입자를 보고 학생들이 그려보는 활동을 하는 것이 과연 모델을 만들고 그것을 사용하는 과정이 맞는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학습 목표가‘입자론을 이용해서 설명한다.’라면 입자를 이데아로 생각해도 되는데‘모델을 이용한다’로 표현하면 사고를 많이 제한한다는 생각이 든다. 과연 모델을 만든 게 맞는가? 단순히 모델에 대입한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심층 인터뷰, 6조)

교과서의 입자 모델 제시에 대해 비판적인 사고를 보여준 4조의 경우에도, 교과서에서 모델의 예시를 제공하는 이유가 가르치고 싶은 모델의 틀에서 학생들이 벗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일 것으로 추측하였다. 그러나 모델은 자연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창의적 산물이며, 맞고 틀리는 것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교과서에서 한가지 모델을 제시하면, 이를 실제 자연 현상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점을 비판하였다. 따라서 학생들 각자 자신이 관찰한 보일의 법칙에 관련된 현상으로부터 이를 이해하기 위한 모델링 과정에 스스로 참여할 것을 강조하였다.

이 실험에서는 모델의 예시를 주고 위의 실험 결과를 표현하라고 했기 때문에 오차를 줄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각각의 학생을 과학자로 보고 자신이 관찰한 실험 결과로 부터 과학적 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모델을 만들고 사용하게 하기 위해서는 처음에 예시를 주지 않고 스스로 모델을 연구하게 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조별 토론, 4조)

두 조의 사례는 교과서가 RFN의 교육적 응용을 구현하는 데 문제가 있다는 비판적 사고로 볼 수 있으며, 정보에 입각한 견해를 충분히 획득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기체의 종류에 따라 입자 크기와 화살표 길이를 다르게 표현하였으나, 조별 토론과 심층 인터뷰에서 보일의 법칙을 다루기 위해서 기체 종류를 고려하지 않아야 함을 인식하였던 2조는 과학자들의 모델링 과정을 학생들이 경험하기 위해서 자유롭게 입자 모델을 만드는 활동을 제시하는 것은 의미가 있으나, 그 과정에서 형성될 수 있는 오개념을 우려하였다. 이를 통해 모델이 틀리거나 맞을 수 있는 사실로 인식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모델의 개발과 사용에 대한 혼재된 견해를 가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PT 22: 직접 표현하도록 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걱정되는 것은 모델을 직접 설정하다 보면 아주 여러 가지 세세한 조건까지 생각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오개념이 생길 수 있을 것 같아요.

PT 23: 저도 과학자들이 하는 방식을 따라 하려고 하면 제한을 안 두는 게 맞지만, 학생들이 학습 내용에 집중하려면 제한을 두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PT 24: 오개념까지 생각을 못 했는데 중학교 이상이라면 제한을 둘 것 같아요.

(조별 토론, 2조)

나머지 조는 교과서의 모델 제시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하였다. 따라서 보일의 법칙에 대한 모델을 완전하게 이해한 조는 7개 조 중 1, 4, 5, 6조 등 총 4개 조였으며, 2조만 혼재된 인식을 하고 있었고, 3조와 7조는 모델에 대해 순진한 견해를 갖고 있었다. 또한 4조와 6조는 교과서의 문제를 인식하고 비판적 사고를 하였으며, 2조는 교과서의 서술을 긍정적으로 인식하였고, 나머지 4개 조는 이에 대한 인식을 전혀 가지고 있지 못하였다.

실험 방법의 선택에 대한 인식

RFN의 교육적 응용 범주 중 과학적 방법에 해당하는, ‘학생들은 과학 탐구의 방법을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를 응용한 설문에서, 79.3%의 PT들이 정보에 입각한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다음은 정보에 입각한 견해의 사례이다.

과학자는 관찰, 비교, 측정, 시험, 가설 만들기, 이론이나 설명의 구성과 같이 연구 형태에 따라 자신의 목표나 가치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고유한 절차를 설계하고 수행한다. 따라서 과학적 방법과 절차를 배울 때에도 이러한 절차를 선택하여 설계하고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설문지, PT 64)

이와 관련된 활동으로 제시한 실험에서는 보일 법칙의 정성적 목표를 선택한 조는 1조, 2조, 7조이고, 정량적 목표를 선택한 조는 3조, 4조, 5조, 6조였다. PT들은 각 목표에 해당하는 조사 방법을 수행한 후, 조별 토론에서 다음과 같이 서술하였다.

조사 방법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학습 목표인‘압력에 따른 기체 부피 변화를 측정하여 보일의 법칙을 확인한다’에 정성 실험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하여 선택했다. 과학자들이 실험, 관찰을 진행할 때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에 적합한 방법을 택할 것이므로, 과학적 목표와 가치가 조사 방법 선택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조별 토론, 7조)

실험을 고를 때, 수업의 목표인 압력과 부피의 관계를 알아내기에 더 적합한 실험을 선택했다. 정량적인 실험을 선택한 이유는 이 실험을 통해서 기체의 압력과 부피의 관계의 명확한 표현과 데이터의 정확한 비교를 해보고자 했기 때문이며 이를 통해 과학적 목표에 따라 조사 방법이 달라짐을 알 수 있다.

(조별 토론, 6조)

모든 PT가 과학적 목표에 따라 탐구 방법이 다르다는 것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보일의 법칙을 다루는 중학교 1학년 5종의 과학 교과서 모두 정량적 실험을 제시하고 있으며, 3종은 추가로 정성 실험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교과서에서도 학생들이 과학 탐구의 방법을 스스로 결정할 기회를 제공하거나, 학생들이 탐구 방법을 설계할 수 있도록 안내하지 않고 있다. 비록 PT들은 탐구 방법의 선택이나 설계 선택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었지만, 과학 교과서에서도 이에 관련된 내용이 반영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편향된 결과를 피하기 위한 협력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RFN의 교육적 응용 범주 중 사회-제도적 측면에 해당하는 ‘과학자들이 연구할 때 다른 과학자들과 협력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과학 수업에서 동료들과 협력해야 한다.’를 응용한 문항에서, 82.8%의 PT들이 정보에 입각한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다음은 정보에 입각한 견해의 사례이다.

비슷한 수준의 지식이나 경향을 가진 집단은 편향되기 쉽다. 상이하고 다양한 전공을 가진 과학자 집단은 특정한 지식에 대하여 서로 다른 관점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오랜 숙의와 내용의 수정을 거쳐 보다 정교한 지식을 창조해 낼 수 있을 것이며 편향된 결과를 줄어들게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과학 수업에서도 학생들이 협력하여 실험을 해석해야 한다.

(설문지, PT 54)

PT들은 과학자들이 연구할 때 다른 과학자들과 협력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과학 수업에서 동료들과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실험에서는 일부 PT들이 혼재된 견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정성적 실험을 수행한 세조의 PT들은 실험 후에도 정보에 입각한 견해를 갖는 데 반해, 정량적 실험을 수행한 네 조 중 세 조의 PT들은 혼재된 견해를 갖고 있었다.

정성적 실험을 수행한 세 조(1조, 2조, 7조)는 처음 상태, 약하게 누를 때, 세게 누를 때의 3회의 실험 자료로 기체의 압력과 부피의 관계를 서술하였으며, 3개 조의 측정값이 서로 달랐다. 이는 누르는 상황 등에 대해 자세한 안내가 없어서 실험 방법의 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따라서 PT들이 자신의 자료로만 결론을 도출한다면 그 결과가 편향될 수도 있음을 인식하고, 자신의 조별 자료 이외에 정성적 실험을 수행한 다른 두 조의 측정값과 비교하여 자신의 실험 결과가 편향되었는지 판단하는 근거로 활용하였다. 그리고 이를 통해 동료들이 서로 협력하여 기체의 압력과 부피가 반비례한다는 관계를 찾을 수 있었다고 조별 토론에서 언급하였다.

그러나 정량적 실험의 경우, 혼재된 견해를 가진 것으로 나타난 3조의 조별 토론 결과는 다음과 같다.

다른 조들의 실험 결과도 우리의 실험 결과와 거의 같게 나왔기 때문에 우리의 실험 방법이나 진행 과정에서 큰 문제가 없음을 알 수 있었기에 잘못 편향된 결과가 나오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그리고 4, 5조와 비교했을 때 이론적으로 우리 조가 데이터 오류가 컸다면 어떤 차이 때문인지 생각해 볼 수 있어서 편향성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조별 토론, 3조)

정량적 실험을 한 네 조는 측정된 실험 결과가 서로 달랐지만, 이러한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정성적 실험을 한 조들과 달리 조별 실험 결과가 거의 같게 나왔다고 생각하였다. 이는 정량적 실험은 정성적 실험과 달리 실험 절차에 대해 자세한 안내가 실험 자료에 제시되어 있어서 조마다 측정값의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보일의 법칙을 증명하는 실험이었기 때문에 사소한 측정값의 차이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자료의 일반화를 위하여 그래프의 경향성에 초점을 두었다. 따라서 조별 자료 해석에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으므로, 다른 과학자들과 협력할 필요성을 크게 인식하지 못하였다. 즉, 다양한 실험 방법을 통해 다양한 결과가 도출될 수 있을 때만 실험 활동에서 동료와의 협력에 관한 인식이 가능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결론 및 제언

이 연구에서는 맥락적 상황으로 개발한 보일의 공기 펌프 실험과 보일 및 홉스의 진공에 대한 논쟁과 관련된 RFN 문항을 중심으로 예비교사들의 NOS에 대한 인식을 비교하여 조사하였다. 이를 위하여 RFN 설문 중 관련 문항에 대한 PT들의 인식을 알아본 다음, 보일의 공기 펌프 실험으로부터 촉발된 보일과 홉스의 진공에 대한 논쟁에 관련된 과학사 교수 자료를 개발하여 제공하였다. 그 후 보일의 공기 펌프와 관련된 실험을 통해, 진공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지에 대한 예비교사들의 인식을 알아보았다. 이를 통해 보일과 홉스의 논쟁에서 드러난 것처럼 실험이 진공을 증명할 수 없다면, 진공의 존재를 포함하는 입자 모델을 주장하기 어렵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는지 알아보았다. 이러한 맥락적 상황에 대한 교육자료는 RFN 설문의 ‘목표 및 가치’에 해당하는 문항인 “과학자들은 자신의 아이디어가 증거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을 때 마음을 바꾸어야 한다.”와 관련된 것으로 보았다.

또한 다양한 종류의 기체를 이용하여 기체의 압력과 부피 관계를 알아보는 실험을 제시한 후, 실험 결과를 입자 모델로 표현하도록 하였다. 이를 통해 기체의 종류에 상관없이 같은 입자 모델을 도입하는지에 대한 인식을 알아보았다. 이는 RFN 설문 중 ‘과학적 기능’에 해당하는 문항으로 “과학자들은 복잡한 과학적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모델을 만들고 사용한다.”에 대한 인식과 관련된 것으로 보았다.

과학 교과서에서는 보일의 법칙에 관련된 실험으로 제시된 정량 실험과 정성 실험의 목표를 제시하고 있으므로, 목표에 따라 조사 방법이 다름을 인식하도록 하는 활동을 PT들에게 제시한 후, 이러한 목표에 따라 과학적 방법을 스스로 결정할 필요가 있는 지에 대한 인식을 알아보았다. 이는 RFN 설문 중에서 “학생들은 과학 탐구의 방법을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문항과 관련된 것으로 보았다.

RFN 설문은 과학의 본성 중에서 교육적 응용과 사회-제도적 측면을 강조하는 특징이 있다. 이 연구에서는 이러한 특징에 대한 예비교사들의 인식을 알아보기 위하여 같은 실험 방법을 선택한 조끼리 자료를 공유하는 활동을 제공하고 이러한 활동이 편향된 해석을 방지하고 일반화된 결론 도출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인식을 조사하였다. 이는 RFN 설문 중에서 “과학자들은 연구할 때 다른 과학자들과 협력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과학 수업에서 동료들과 협력하도록 권장되어야 한다.”는 교육적 응용 범주 중 ‘사회-제도적 측면’에 해당하는 문항과 관련된 것으로 보았다.

연구 결과, RFN의 대부분 항목에서 예비교사들은 정보에 입각한 견해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으나, 실험 맥락적 상황에서는 순진한 견해나 혼재된 견해를 가진 사례가 발견되었다. 실험을 통해 진공이 증명되었는지에 토론하도록 하였을 때, 정성적 실험을 수행한 조의 경우에는 이 실험 방법이 진공의 존재를 증명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실험 방법의 변화를 통해 정교히 수행되었을 때도 진공이 증명되지 않는다면 진공의 아이디어를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주장은 홉스가 보일의 실험에 사용한 조악한 기구 때문에 진공의 존재 증명을 할 수 없다고 주장한 내용과 일치하는 것이다. 한편, 완벽한 실험 결과로 진공을 증명하기보다는 어느 정도 감압이 일어나면 그 상태를 과학자들이 진공 상태로 합의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예도 있었다. 즉, 소량의 기체 존재를 무시함으로써 진공을 정의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는데, 이러한 관점은 보일이 공기 펌프 실험을 통해 주장하였던 관점과 일치하는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관점을 소재로 한 실험 자료는 예비교사들이 실험의 목표와 가치에 따라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하도록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과학사를 활용한 과학의 본성에 대한 실험 교육 자료는 과학 교과서의 서술 및 내용의 재구성에 주는 함의가 크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5종의 중학교 과학 교과서를 분석해 보면, 모든 교과서에서 진공에 대한 해석 없이 기체의 부피와 압력 실험으로부터 보일의 법칙을 유도하고, 이를 입자 모델로 설명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과학사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보일의 법칙은 1662년에 발표되었으며, 물질을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단위의 입자인 원자 혹은 분자 모델을 제안한 시기는 돌턴의 경우 1803년이고, 아보가드로의 경우 1811년이다. 1662년에 보일이 실험 결과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입자 모델을 제시하지 않은 이유는 그 당시까지만 해도 입자 모델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진공을 동시에 인정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31 따라서 학생들이 보일의 법칙을 관찰하고, 이를 입자 모델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진공의 존재를 확인해야 입자 모델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교과서의 서술 및 실험 내용이 재구성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복잡한 자연 현상을 설명하기 위하여 모델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이해를 알아보기 위하여 공기, 산소, 헬륨 기체를 사용하여 기체의 압력과 부피의 관계에 관련된 실험을 수행하도록 하고, 교과서의 목표와 연결하여 실험 결과를 입자 운동 모델로 제시하도록 요구하였을 때, 일부 예비 교사들은 기체마다 다른 입자 모델을 제시함으로써 복잡한 자연 현상과 모델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델은 복잡한 자연 현상을 단순화하기 위한 추상화 과정이기 때문에 불필요한 정보를 삭제하고, 규칙성을 나타내는 패턴을 표현해 주어야 하는데, 입자의 종류가 다를 때, 화살표의 길이, 부딪치는 입자의 수, 입자의 크기 등을 다르게 표현하는 것은 ‘기체의 종류에 상관없이 모든 기체’에 적용되는 보일의 법칙에 대한 모델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이는 교과서에서 입자의 종류를 구분하기 위하여 입자마다 다른 형태의 모델을 제시하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론된다.

예비교사들이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강조하는 모델의 개발과 사용에 관한 이해를 높이고, 학교 현장에서 이를 지도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일부 예비교사들이 지적한 바와 같이, 과학 교과서에서는 이미 하나의 모델을 제시하고 이를 적용하도록 안내하는 방식으로 내용을 구성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교과서 구성을 통해 학생들이 실험 결과로부터 모델을 개발하는 능력을 기르기 어려울 것이다.

교과서의 이러한 문제가 학생들의 수준이나 수업 시간을 고려하였을 것이라고 추론할 수 있으나, 이러한 교과서의 내용 구성은 학생들의 사고를 제한할 수 있다, 따라서 학생들이 직접 다양한 모델을 만들고 비교하여 복잡한 자연 현상을 설명하는 모델의 의미를 인식할 수 있도록 교과서 내용 구성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본다. 특히 모델은 자연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과학자의 창의적 산물이므로 맞고 틀리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학생들의 오개념 발생을 우려하여 교과서에서 한가지 모델을 제시하면, 이를 실제 자연 현상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점을 비판하였다. 따라서 학생들 각자 자신이 관찰한 보일의 법칙에 관련된 현상으로부터 이를 이해하기 위한 모델을 만드는 과정에 스스로 참여할 것을 강조하였다. 이 연구에서 주장한 바와 같이 예비교사들이 RFN 관점에서 과학 교과서 서술의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면, 앞으로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모델을 개발하고 사용하는 역량을 지도하기 어렵다. 따라서 모델에 대한 NOS 교육과 함께 이와 관련된 과학 교과서 내용의 개선이 요구된다.

학생들이 과학 탐구의 방법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5종의 과학 교과서에 제시된 정량 실험과 정성 실험을 제시하고, 과학적 목표에 따라 조사 방법이 다르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는지 알아본 결과, 예비교사들은 이를 명확하게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과학 교과서에서는 학생들이 스스로 탐구 방법을 결정하도록 제시하지 않으며, 주어진 실험 절차에 따라 실험을 수행하도록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과학 교과서에서 학생들에게 목표에 따라 스스로 탐구 방법을 선택할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또한 많은 예비교사가 과학자들은 다른 과학자들과 협력하는 것을 당연하게 인식하였으며, 따라서 학생들도 과학 수업에서 동료들과 협력해야 한다는 인식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성 실험을 선택한 조들은 다양한 실험 방법에 따라 다양한 결과가 나타났기 때문에 다른 조들의 자료를 비교하여 자신의 실험 결과가 편향되었는지 판단하는 근거로 활용하였으며, 이를 통해 동료들과 서로 협력하여 기체의 압력과 부피가 반비례한다는 관계를 찾았다. 따라서 조별 협력의 수준이 높은 것으로 판단되었다. 그러나 정량적 실험을 선택한 조들은 측정 실험 결과가 달랐지만, 이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실험값이 거의 같은 것으로 인식하였다. 특히 이 실험이 보일의 법칙을 증명하는 실험이었으므로, 사소한 측정값의 차이에 관심을 두지 않고, 그래프의 경향성을 판단하는데 자신의 조 실험 자료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였다. 따라서 다른 조의 학생들과 협력할 필요성을 크게 인식하지 못하였다. 이를 통하여 과학자들과의 협력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탐구 방법에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즉 교육적 응용으로 선택한 두 문항은 서로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었으며, NOS 관점에서 보았을 때 자세한 실험 방법을 안내하는 정량 실험 방법보다, 실험 방법의 자율성이 큰 정성 실험 방법이 더 효과적이라고 볼 수 있었다.

이 연구에서는 보일과 홉스의 논쟁을 다룬 Leviathan and the Air-Pump의 내용을 토대로 실험 활동을 수행하였다. 지금까지 화학 교과서에서 NOS 교육을 위해 활용된 역사적 사례는 물질의 근원에 대한 논쟁, 주기율표나 원자구조의 변천 등에 국한되어 있었으며, 과학의 잠정성 등 전통적인 NOS 관점에서 구성되어 있었다. 그러나 본 연구는 ‘보일의 법칙’이라는 새로운 소재를 통해 확장된 NOS의 범주들을 포함하는 RFN에 대한 구체적인 맥락적 상황을 적용했다는 데 연구의 의미가 있다.

연구에서는 RFN의 6가지 범주에서 보일과 홉스의 논쟁과 관련하여 중학교 과학 교과서에 제시된 실험과 연결될 수 있는 4개의 문항에 한정하여 예비교사들의 인식을 알아보았다. 앞으로 더 많은 상황 맥락에서 적용하여 예비 교사와 현직교사, 그리고 학생들의 NOS 인식을 알아보고 교육적 효과를 찾아보는 연구도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또한 이 연구에서 찾아낸 바와 같이 예비교사들의 인식이 ‘순진’하거나 ‘혼재’된 경우에, 보다 심층적으로 예비교사 들의 인식의 걸림돌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예비교사들의 NOS 인식의 걸림돌을 교정할 방안을 찾아보고, 이에 대한 교육적 효과를 알아보는 연구도 필요하다. 이 연구에서는 예비교사들의 인식을 조별 토론 등의 상황에서 조사하였다. 그러나 조별 토론의 경우에는 조의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개인적인 의견과 동일한지 판단하는 것에는 한계가 따른다. 따라서 추후 연구를 통해 심층 면담이나 개별 설문을 추가하여 조별 합의가 이루어진 내용과 개인적인 인식을 구분하여 분석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이 연구에서는 RFN의 여러 항목 중에서 특별히 3개 항목만 조사하고, 교육적 응용 항목에서는 2가지 문항만 선정하였다. 이는 중학교 1학년 과학 교과서에 제시된 보일의 법칙 실험 내용과 연결하여 맥락적 상황과 RFN 문항의 비맥락적 상황의 비교가 가능한 문항만 선정하였기 때문이다. 보일의 공기 펌프 실험 내용의 특성상 RFN의 모든 항목에 해당하는 맥락적 상황을 개발하는 것에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앞으로 RFN의 다양한 다른 문항들에 관련된 맥락적 상황을 개발하여 인식을 비교하는 연구가 진행될 필요가 있다.

Appendices

부 록

<비맥락적 설문 자료>

다음은 가족유사성 접근 방식으로 개발한 재개념화된 과학의 본성(Reconceptualized Family resemblance approach-to-Nature of Science, RFN)에 대한 인식을 조사하는 설문 문항이다. 각 문항에 대한 동의 여부와 그 이유를 서술하시오.

  • (1) 목표 및 가치: 과학자들은 자신의 아이디어가 증거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을 때 마음을 바꾸어야 한다.

  • (2) 과학적 기능: 과학자들은 복잡한 과학적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모델을 만들고 사용한다.

  • • 교육적 응용

  • (3) 과학적 방법: 학생들은 과학 탐구의 방법을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 (4) 사회-제도적 측면: 과학자들이 연구할 때 다른 과학자들과 협력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과학 수업에서 동료들과 협력해야 한다.

<보일의 공기 펌프 실험>

다음은 교과서에 제시된 보일의 법칙 실험이다. 이 실험에서 공기 펌프를 이용하여 공기를 뽑아내면 진공을 만들 수 있을지 논의해보자.

<맥락적 설문 자료>

다음은 2015년 개정 중학교 1학년 과학 교과서의 ‘기체의 압력과 부피 관계 탐구’ 소단원의 내용이다. 실험의 과학적 목표는 ‘기체의 압력과 부피의 관계를 파악하고, 이를 입자 모델로 표현할 수 있다.’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기체의 압력과 부피 관계를 수치와 그래프를 통해 정량적 관계로 나타낼 수 있고, 주사기 속 압력 변화를 약하게 누를 때와 세게 누를 때 등으로 구분하여 정성적 관계로 나타낼 수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과학 교과서 5종은 모두 정량적 관계를 나타내도록 제시하고 있으며, 이 중 3종은 정성적 관계를 나타내는 것도 제시하였다. 이러한 실험 목표에 따라 선택한 탐구 방법은 다르다. 탐구 방법은 조별로 다르게 선택할 수 있다. 또한 이 실험 결과를 일반화하기 위하여 공기, 산소, 헬륨 기체로 실험을 반복할 수 있다. 각기 목표에 따라 다르게 선택한 실험을 수행한 후에 다음의 질문에 답하시오.

  • (1) 목표 및 가치: 이 실험을 통해 진공이 증명되었다고 주장할 수 있을지 토론하시오.

  • (2) 과학적 기능: 공기, 산소 기체, 헬륨 기체로 실험하였을 때, 이를 입자 모델로 표현하시오.

  • • 교육적 응용

  • (3) 과학적 방법: 5종의 과학 교과서에 제시된 ‘기체의 압력과 부피 관계 탐구’ 실험의 방법 중에서 정성적인 실험 방법과 정량적인 실험 방법 중 어떤 방법을 선택할 것인지 결정하시오. 그리고 선택한 이유를 과학적 목표와 연관해 서술하시오.

  • (4) 사회-제도적 측면: 실험을 수행한 후 같은 실험 방법을 선택한 조끼리 실험 결과를 공유하고 비교하여 보시오. 또한 이러한 협력을 통해 실험 결과와 해석의 편향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토론하시오.

Acknowledgements

이논문은 2019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NRF-2019S1A5C2A04081191/NRF-2019R1A2B5B01069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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