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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기술 관련 사회·윤리적 쟁점 맥락에서 개인-집단중심성향에 따른 대학생들의 논증담화 분석


Abstract

이 연구는 나노기술과 관련된 사회윤리적 쟁점 맥락에서 이루어진 대학생의 논증담화의 특성을 개인-집단중심성향에 따라 분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나노기술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으나 그에 못지않게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어 과학기술과 관련된 사회쟁점의 특징을 보여주는 주제이다. 이 연구에서는 A대학의 교양수업을 수강한 대학생 33명을 대상으로 개인중심성향과 집단중심성향에 따라 구분하고, 나노기술과 관련된 사회윤리적 쟁점 맥락에서 진행한 논증담화를 담화클러스터와 담화요소에 따라 분석하였다. 연구결과, 전반적으로 대학생들은 나노기술과 관련한 논증을 진행할 때 본인의 입장을 교환하고 자료를 탐색함으로써 의견을 조율하는 방식으로 참여하였으며, 그 중에서도 나노기술의 혜택과 잠재적인 위험성을 탐색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였다. 이때 개인중심성향집단과 집단중심성향집단은 담화클러스터와 담화요소의 연결고리에 있어 차이가 있었다. 집단중심성향집단은 개인중심성향집단에 비해 구성원 간의 의견을 조정하고 합의하는 담화클러스터가 길게 등장하였으며, 의견조정 및 합의 클러스터 내부에 등장하는 담화요소와 그 연결고리의 모습 또한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Translated Abstract

This study aimed to explore the patterns of college students’ dialogic argumentation in the context of nanotechnology issues, and to compare these patterns based on their idiocentrism and allocentrism. Nanotechnology represents the characteristics of socioscientific issues in that it is widely used in various fields, but at the same time, it includes the likelihood of negative effects. 33 college students who enrolled in science-related course participated in this study. Participants were divided into idiocentric groups and allocentric groups based on the INDCOL scores, and they participated in group discussions on nanotechnology. All discussions were audiotaped and analyzed using the framework of discourse clusters and schemes. Results showed that participating students engaged in dialogic argumentation with the process of exchanging of individual perspectives, exploration of different perspectives, and coordination and negotiation; specifically, they spent most of their time in exploring different values and perspectives regarding nanotechnology. Results also indicated the differences in discourse clusters and discourse schemes between idiocentric and allocentric groups. Allocentric groups more often negotiated to settle on a group decision than idiocentric groups did, and discourse schemes in their negotiation process were slightly different from the ones in idiocentric grou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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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론

최근 대학에서는 대학생들의 과학기술에 대한 소양을 높이기 위해 인문사회학과 과학을 융합한 교양교과목을 운영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과학기술과 관련하여 일반인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사회·윤리적 쟁점을 중심으로 교과목을 구성하는 방법으로, 실제로 적지 않은 대학에서 운영되고 있다.1-4 과학기술의 발달로 현대 사회의 인류는 큰 혜택과 편리함을 입었으나, 그와 동시에 사고에 대한 위험이나 예상치 못한 손실 등의 문제가 야기되는 과학기술의 양면성을 마주하게 된다. 학계에서는 이러한 과학기술관련 사회쟁점(Socioscientific Issues, SSI)을 도입함으로써 시민으로서의 과학적 소양을 함양하는 교육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첨단과학기술의 발달로 사회·윤리적 쟁점을 야기하고 있는 대표적인 분야 중 하나는 나노기술이다. 나노기술(Nanotechnology)는 현재 전자통신, 재료공학, 유기화학, 의학, 항공우주 등 우리의 삶 속에 다방면으로 적용되고 있으며, 인류의 삶의 질을 더욱 향상시킬 수 있는 미래 산업의 핵심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나노입자가 인체의 피부나 호흡을 통해 체재로 유입되어 나타날 수 있는 위험성이나 군사적 목적으로의 활용되고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등 예상하지 못한 결과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노기술이 가져올 위험에 대한 논의는 주로 전문가 차원에서 이루어졌으며, 나노기술의 경제성이나 실용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진데 비해 위험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상대적으로 저조한 편이었다.6 특히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나노기술에 대한 개념적 이해가 부족하며 해당 기술이 파생하는 잠재적인 위험을 분명하게 인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7-10 Lee et al.의 연구8는 일반 성인 599명과 전문가집단 165명을 대상으로 나노기술에 대한 인식을 탐색하여 흥미로운 결과를 제시했다. 이들은 전문가 집단의 75% 정도가 나노기술의 위해성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는 반면, 일반인은 25% 정도만 인식하고 있다고 응답하였으며, 나노기술의 발달로 인해 불안함을 느끼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도 이와 유사한 응답 패턴을 보였다고 하였다. 이후 재차 일반인을 대상으로 나노기술에 대한 인식을 조사하였으나 이전과 크게 달라진 점은 없었다.9 과학교사와 고등학생을 대상으로한 연구 역시, 이들 또한 나노기술의 부정적 측면보다는 긍정적 측면을 강조하였으며, 미디어를 통해 나노기술을 접하고 높은 관심을 갖고 있었지만 구체적인 지식은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7,11 즉, 일반인들이 나노기술에 대한 관심은 갖고 있지만, 지식이 충분치 않고 해당 기술에 대한 위해성 또한 그다지 심각하게 느끼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결과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일반인들이 나노기술이 야기하는 사회·윤리적 문제에 관심을 갖고 공적논의에 참여해봄으로써 나노기술이 갖는 양면성을 인지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어야 함을 시사한다.12

본 연구에서는 대학생에게 교양과목을 통해 나노기술에 대한 논의에 참여해보는 기회를 제공하고, 이들이 담화에 참여하는 양상에 대해 살펴봄으로써 교육적 함의를 도출해보고자 하였다. 나노기술을 포함한 SSI는 대부분 다양한 관점과 가치관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정답이 없는 문제 상황이 많다.1315 따라서 SSI와 관련된 담화에는 개인의 가치관이나 신념, 성향 등이 담화를 구성하는 데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16,17 개인성향을 나타내는 대표적 요인 중 하나는 개인-집단중심성향으로,18,19 특히 SSI와 같이 갈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의 의사소통과 갈등조율 방식에 영향을 준다고 볼 수 있다.18,20 개인-집단중심성향은 서로 다른 가치에 초점을 두기 때문에 갈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언어적, 비언어적 행동에 차이를 보이게 되며,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도 영향을 준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집단 내 갈등을 처리하는 상황에서 개인중심성향이 강할수록 회피하기보다는 지배하는 방식을 선호하며, 집단중심성향이 강할수록 통합과 순응의 방식을 선호하거나 때로는 의견결정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2124 개인중심성향이 강한 사람은 자신을 다른 사람들과 다른 독립적이고 고유한 존재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고 본인의 체면을 중시한다. 따라서 본인의 행동을 재차 정당화하거나 다른 이유를 들어 변명하는 자기방어, 또는 상대방의 약점을 적극적으로 공격하고 비판하는 지배형태의 방식으로 갈등에 대응한다. 반면, 집단중심성향이 강한 사람은 서로 협력함으로써 서로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통합방식을 이용하거나, 본인의 실수나 부족을 이유로 들어 상대방의 체면을 지켜주는 순응, 상대방의 약점을 알고 있더라도 공개적으로 드러내거나 공격의 대상으로 삼지 않고 발언을 자제하는 회피전략을 선택한다.22 Holt and DeVore의 연구25는 36개의 관련 연구를 분석하여 개인중심성향이 강한 사람들은 강제의 유형이, 집단중심성향이 강한 사람들은 기권이나 타협, 문제해결하는 유형이 많음을 보고하였다. 따라서 SSI와 같이 정답이 존재하지 않고 다양한 관점과 대안이 존재하여 갈등이 부각되는 주제에 대한 논증에서는 학생들의 가치지향성에 따라 대화의 진행양상이 다를 것이라 예상된다.

본 연구에서는 나노기술을 주제로 한 사회·윤리적 쟁점 맥락에서 개인-집단중심성향에 따른 논증담화의 양상을 분석해보고자 한다. 분석방법으로는 담화클러스터분석과 담화요소분석을 사용하였다.26,27 담화클러스터가 거시적인 관점으로 대화의 흐름을 살펴보기 위한 것이라면, 담화 요소 분석은 담화클러스터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담화의 이동을 보다 면밀하게 들여다보는 데 목적이 있다. 따라서 두 가지 분석방법을 통해 나노기술과 관련된 SSI 논증에서 소집단 담화의 진행흐름과 의견조율에 대한 자세한 구조를 탐색해보고자 하였다. 본 연구의 연구문제는 “대학생의 집단에 대한 가치성향에 따라 나노기술에 대한 소집단 논증은 어떠한 차이를 보이는가?”로 요약할 수 있다.

연구방법

연구대상

본 연구의 대상은 2년제 대학에서 과학관련 교양과목을 수강하는 학생 중 가치지향성이 분명한 31명이다. 수업에는 총 59명(2분반)이 참여하였으나, 본 연구의 목적에 따라 개인 -집단중심성향을 판단하는 검사(Individualism and Collectivism Scale, 이하 INDCOL26) 결과에 기초하여 개인중심성향과 집단중심성향이 높은 학생들의 대화만을 자료로 사용하였다. 선정된 학생들의 분포는 Table 1과 같이 개인중심성향을 띤 16명, 집단중심성향을 띤 15명이며, 남학생 24명(77%), 여학생 7명(23%)으로 전반적으로 남학생의 비율이 높았다. 전공은 인문사회계열 10명(32%), 이공계열 15명(48%), 예체능계열 6명(19%)으로 구성되었다.

Table1.

Distribution of participants

성향 성별 전체

남자 여자
개인중심성향 12(39%) 3(10%) 15(48%)
집단중심성향 12(39%) 4(13%) 16(52%)
전체 24(77%) 7(23%) 31(100%)

개인-집단중심성향을 구분하고자 전체 참여자의 개인주의 점수의 중앙값과 집단주의 점수의 중앙값을 기준으로 각각 높은 집단과 낮은 집단으로 나누었다. 또한 개인주의 점수가 높으면서 집단주의 점수가 낮은 참여자를 개인중심성향으로, 집단주의 점수가 높으면서 개인주의 점수가 낮은 참여자를 집단중심성향으로 구분하였다. 따라서 두 차원의 점수가 모두 높거나 모두 낮은 경우에는 성향이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중간집단으로 분류하여 본 연구의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본 연구자는 동일 성향을 지닌 3-4명의 학생들을 하나의 소집단으로 구성하였으며, 최종적으로 4개의 개인중심성향집단(idiocentric group, 이하 IG, 15명)과 4개의 집단중심성향집단(allocentric groups, 이하 AG, 16명)을 대상으로 하였다.

나노기술의 양면성에 대한 토의 수업

연구참여자들은 연구자가 구성한 교양과목에서 여러 가지 사회쟁점을 학습하고 토의에 참여하였으나, 본 연구에서는 나노기술의 양면성에 대한 수업에만 초점을 맞추어 개인-집단중심성향에 따른 논증양상을 살펴보고자 한다. 해당 수업은 수년 간 SSI 수업과 연구를 수행한 경험이 있는 교양교육 강의자와 연구자가 함께 계획한 후 진행되었다. 교수자는 학생들이 나노기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여 토의에 참여하는데 어려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가정하고,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였다. 먼저, 교수자는 나노크기에 대한 이해부터 나노기술의 역사와 현재 나노기술을 구현하는 방식에 대한 강의를 진행하였다. 이후 나노기술이 가져다 준 또는 가져올 다양한 혜택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우려되고 있는 나노기술의 잠재적인 위험 또한 설명함으로써 나노기술이 지닌 양면성을 강조하였다. 실생활에서 쓰이고 있는 나노기술의 다양한 사례(예 : 탄소나노튜브, 나노자성체, 플러렌, 나노로봇, 자동차 속 나노이용, 코팅재료, 화장품 등)를 통해 새롭게 생겨날 수 있는 기술이나 기기, 물품 등을 살펴보았으며, 인체나 환경에 미칠 수 있는 위험성과 프라이버시, 사회적 불평등 등 부정적인 측면을 소개하면서 학생들이 소집단 토론을 시작하도록 안내하였다. 또한 교수자는 학생들이 자신의 입장을 뒷받침하거나 상대방의 의견을 약화시킬 수 있는 자료를 검색하고 수집할 수 있도록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이용을 허용하였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나노기술이 행복한 미래를 가져올 것인가?”라는 커다란 논점에 대한 본인의 의견을 표명하고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기도 하였으며, 나노기술이 지닌 잠재적인 위험을 판단해봄으로써 미래 사회를 예측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교수자의 설명으로 시작하여 소집단 토론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은 나노기술을 비롯한 다른 네 가지의 SSI 주제에서도 유사하게 진행되었으며, 이에 본 연구에 참여한 대학생들은 과학 관련 사회쟁점에 대한 소집단 토론을 여러 차례 경험하였다. 나노기술은 그 중 두번째에 해당하는 주제로, 대학생들이 과학관련 사회쟁점에 대한 토론에 차츰 익숙해지는 상태에서 참여한 소집단 토론이었다.

자료수집 및 분석

대학생의 가치지향성에 따른 나노기술관련 논증담화의 특징을 분석하고자 토론자료를 수집하였다. 녹음은 교사의 안내가 끝난 후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나가는 순간부터 이루어졌으며, 집단별로 스마트폰과 녹음기를 각각 한 개씩 배치하여 토론내용을 녹음함으로써 발화 하나하나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자 하였다. 이때 토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그 특징을 분석할 수 없거나 녹음 파일의 상태가 좋지 않아 대화내용을 분명하게 알아차리기 어려운 일부 집단의 자료를 제외하고 분석대상으로 삼았다. 그리하여 개인중심성향집단 중 한 조를 제외한 3개 조, 집단중심성향집단 4개 조, 총 7개 조에서 진행한 토론을 담화분석에 활용하였으며, 평균적인 토론 시간은 39분이었다. 모든 토론자료는 녹음하여 전사한 후 분석하였다.

수집한 소집단 토론 자료는 담화클러스터(discourse cluster)와 담화요소(discourse scheme)의 개념을 도입하여 분석하였다. 담화클러스터는 일련의 발화묶음을 일컫는 것으로, 하나의 담화클러스터는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맥락을 고려하여 학생 간 대화의 목적이 전환되기 전까지를 의미한다.26,27 따라서 담화클러스터를 이용한 분석은 SSI 소집단 논증의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선행연구에서는 연구자가 SSI와 관련된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파악한 SSI 토론의 특징과 실제 학생들의 토론을 살펴봄으로써 SSI 맥락에서의 소집단 토론에서 자주 등장하는 담화의 맥락을 발견해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소집단의 구성원으로서 SSI와 관련된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하는 데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과정을 탐색, 논박, 조정 및 합의, 아이디어 생성의 네 가지 범주로 구분하였으며, 이 중 탐색은 세 개의 하위 담화클러스터로 구분하였다. 각각의 설명은 Table 2와 같다.

Table2.

Types of discourse clusters in SSI argumentation26

종 류 특 징
탐색 ①문제의 논점 확인 주어진 문제가 가지고 있는 논점을 파악하고 논증의 방향을 설정함.
②개별 입장의 교환 자신의 의견을 표명하고 서로의 의견을 파악함.
③다양한 관점 및 자료의 탐색 주제와 관련된 자료를 탐색하고,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여 이를 조원에게 설명함. 수집한 자료 및 개인적 경험이나 직관 등을 바탕으로 다양한 관점에서부터 주제를 탐색하여 각 입장에 대해 논의함.
논박 ④상반된 관점간 논쟁 상대 의견에 대한 반박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짐.
조정 및 합의 ⑤의견조율 및 협상 집단 내 상충되는 의견을 조정하고 합의하려는 노력이 이루어짐.
아이디어 생성 ⑥절충안 및 대안 마련 조원과 함께 여러 아이디어를 생성하는 데 목적을 둠.

담화요소는 SSI 소집단 논증에서 바람직하게 평가될 수 있는 내용 및 구조적 요소를 의미한다. 선행연구에서 담화이동(discourse move)이나 담화코드 또는 코드요소(coding scheme) 등으로 표현되는 것과28,29 유사하다. 예를 들어 Clark and Sampson28은 참여자의 발화를 주장과 반대주장, 주장에 대한 반박, 근거에 대한 반박 등 11가지의 담화이동으로 분석할 것을 제시했으며, Choi et al.29 또한 이와 유사하게 제시자의 발화는 단순 응답 제시, 추가 증거 제시, 정당화, 이의제기, 명료화 요구 등으로, 응답자의 발화는 주장에의 동의 및 반대, 자세한 주장 요구, 실험에 대한 이의제기 등으로 부호화하였다. 이들 연구에서의 담화이동을 통해 학생들이 주장을 제시하는지 또는 이의를 제기하는지 등을 살펴봄으로써 논증의 구조를 파악하고 담화의 역동성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본 연구에서는 이들 선행연구에서 보고된 담화요소에 근거하여 SSI 논증 담화에서 발견될 수 있는 담화요소를 선별하였다. 과학적 탐구의 특징을 지니고 있는 담화요소를 제외하여 근거에 기초한 주장 제시(정당화), 주장과 근거에 대한 반박, 근거 지지/추가를 통한 주장의 정교화, 주장과 근거의 타당성에 대한 의문 제기, 명료화 요구, 정교화 요구를 SSI 논증에서 드러날 수 있는 담화요소로 정리하였다. 이는 기존의 담화요소와 달리 본 연구에서는 온라인에서의 담화가 아니라 면대면으로 이루어지는 대화를 분석하는 만큼 제시자와 응답자로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대화상황에서 주장과 근거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본 연구에서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SSI 대화적 논증을 분석해본 후, 일부 담화요소를 재차 수정 및 보완하여 최종 분석틀을 마련하였다. 선행연구 24-25에서 제시한 네 가지 범주의 19개 담화요소를 수정하여 세 가지 범주의 14개 담화요소를 이용하였다. 본 연구에서 수정한 담화요소는 Table 3와 같다.

Table3.

Detailed information of discourse schemes in SSI argumentation

범 주 담화요소

종 류 특 징
A. 다양한 관점의 고려 A1 관점의 나열적 제시 주제와 관련된 새로운 정보, 자료, 증거를 나열하여 제시함.
A2 관점의 공감적 제시 특정 입장에 공감하고 본인의 입장으로 내면화하여 관점을 제시함.
A3 다른 주장의 단순 인정 상대의 의견이 타당할 수 있음을 인정함
A4 다른 주장의 가치 고려 및 적극적 수용 상대의 의견을 존중하고 수용함.
A5 반론에 대한 고려 상대방이 제시하는 반론을 미리 고려하여 이야기함.
B. 가치와 정보에 기반한 추론 B1 근거(가치 및 정보)에 기반한 주장 제시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여 주장을 정당화함
B2 주장과 근거에 대한 반박 주장과 근거에 대한 반박
B3 근거의 관련성 탐색 및 관련 근거의 종합 근거 사이의 상호 연관성을 탐색하여 근거를 종합함.
B4 근거 지지/추가를 통한 주장의 정교화 근거를 지지/추가함으로써 주장을 구체화하고 정교화함.
C. 지속적인 탐구와 회의적 사고 C1 주장과 근거의 타당성에 대한 의문 제기 주장 및 근거의 타당성(정보의 정확성, 진실성, 주장과의 연결) 에 대해 의문을 제기함.
C2 명료화 요구 주장에 대한 추가설명을 통해 명료화할 것을 요구함.
C3 정교화 요구 주장을 뒷받침할 추가적인 정보 및 증거를 요구함.
C4 관점 확장 요구 하나의 관점에 대해 생각을 확장할 것을 요구함.
C5 방향성 조정 노력 방향성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발언이 등장함.

자료 분석의 결과에 대한 타당성을 확보하고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다음과 같은 노력을 하였다.30 먼저 본 연구자는 과학교육전문가 1인과 함께 학생들의 토론자료를 반복적으로 읽으면서 담화클러스터와 담화요소 분석틀로 분석하였으며, 서로 의견이 일치하는지 확인한 후 일치하지 않는 부분은 재차 논의함으로써 분석의 신뢰도를 높이고자 하였다. 또한 코딩결과의 일부를 SSI 전문가 2인과 과학교육을 전공하는 대학원생 2인이 확인함으로써 2차적으로 분석결과의 신뢰도를 확보하였다. 담화에서 드러나는 관점과 가치 또한 분류가 적절하게 되었는지 연구자 간 지속적으로 상의한 후 분석결과를 교차하여 확인하였다.

연구결과

본 연구에서는 대학생들이 참여한 나노기술에 대한 소집단 논증담화에서 등장하는 담화클러스터의 종류와 비율을 구하고 시간에 따라 전환되는 진행양상을 탐색하였으며, 담화요소의 확인을 통해 논증의 진행양상을 보다 면밀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진행양상이 개인-집단중심성향에 따라 어떠한 차이를 보이는지 탐색하였다.

개인-집단중심성향에 따른 담화진행의 양상

본 연구에 참여한 학생들은 대부분 나노기술의 사회적 측면과 의료적 측면이라는 유사한 측면에서 논의를 진행하였으나, 세부 내용면에서는 다소 차이를 보였다.

먼저 본 연구에 참여한 개인중심성향집단은 전반적으로 나노기술이 인류에게 편의를 제공한다는 데 무게를 두고, 나노기술이 지속적으로 발달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개진하였다. 미래의 삶을 예측해보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병을 치료할 수 있는 나노크기의 아주 작은 로봇이 상용화되고 보편화되었을 때의 삶을 이야기하였으며, 의료기술의 발달로 인해 인간 수명이 연장되는 등 인류의 편의를 증진시킬 수 있다는 점에 집중했다. 예를 들어, 개인 중심성향집단 1조에서는(IG1) 과거에는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컴퓨터나 휴대폰 등 나노기술이 접목된 전자기기가 이미 인간에게 많은 편의를 제공해주고 있다는 데 주목하여, 추후 미래 사회에서의 삶에도 더욱 크고 다양한 혜택이 제공될 것이라 예상했다. IG2에서는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속도를 빠르게 하는 기술 등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는 논의를 진행하면서 나노기술의 발달이 가져올 긍정적인 측면에 보다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IG4는 나노기술의 발달을 통한 개인의 이익과 편의성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불편함은 감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물론 개인중심성향집단에서의 의사결정은 나노기술의 장점만 살펴본 것이 아니라, 소형화된 입자를 통한 기술이 해킹이나 CCTV, 몰래카메라 등 사생활침해 현상이 일어날 수 있음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이를 통해 개인중심성향집단은 주로 나노기술의 발달로 인해 개인이 얻을 수 있는 이익과 편의성에 초점을 두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 집단중심성향집단에서는 상대적으로 나노기술의 발달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문제점과 위험을 분명하게 인지함에 따라,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자 하는 모습을 보였다. 집단중심성향이 강한 학생들은 대부분 의료나 환경, 국방 분야에 대한 장점을 언급하면서도, 인체에 미치는 부작용이나 사생활 침해와 같이 다양한 형태로 도사리는 위험에 대해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였다. 한 예로, AG4의 학생 S31은 나노기술의 발달로 인류의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의료기술이 발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나노입자가 매우 작기 때문에 인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지적하였다. 또한 나노기술의 발달로 인해 생겨난 전자기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동식물에 줄 수 있는 영향이나 매우 작은 입자가 유전체계에 영향을 미침에 따라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는 가능성 등을 고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와 같은 집단중심성향집단의 나노기술이 내포하는 위험성에 대한 고려는 개인중심성향집단이 강조하는 가치와 다소 차이가 있었다. 동일한 의료기술과 관련된 관점이라 할지라도 개인중심성향집단에서는 의료기술의 발달로 인해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다는 데 초점을 두었으며(IG1, IG2), 나노기술을 활용해 플라스틱을 분해함으로써 환경을 보호하는 등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IG2).

전반적인 담화의 흐름을 담화클러스터의 분석을 통해 살펴보면 Fig. 1과 같다. 대부분의 집단에서 나노기술의 발달이 미래에 가져올 수 있는 영향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후(②), 나노기술의 특징과 이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익과 위험성을 살펴보고(③) 최종적으로 다양한 의견을 종합하고 조정하여(⑤) 나노기술의 발달에 따른 미래 모습을 예상해보는 ②→③→⑤의 형태로 토론을 진행하였다. 각 담화클러스터에 속하는 발화의 횟수와 전체 담화에서 차지하는 담화클러스터의 비율을 나타낸 결과는 다음 Table 4와 같다.

Figure1.

General pattern of discourse cluster in nanotechnology issues.

jkcs-64-291-f001.tif
Table4.

Frequency and proportion of discourse clusters

종류 담화클러스터

집단 ①논점확인 ②입장교환 ③자료탐색 ④논박 ⑤의견조율 ⑥대안마련 전체
IG1 0(0%) 4(6%) 52(80%) 0(0%) 9(14%) 0(0%) 65(100%)
IG2 0(0%) 10(37%) 8(30%) 0(0%) 9(33%) 0(0%) 27(100%)
IG4 5(13%) 12(30%) 23(58%) 0(0%) 0(0%) 0(0%) 40(100%)
AG1 0(0%) 4(9%) 29(66%) 0(0%) 11(25%) 0(0%) 44(100%)
AG2 0(0%) 7(10%) 57(79%) 0(0%) 8(11%) 0(0%) 72(100%)
AG3 0(0%) 0(0%) 16(43%) 0(0%) 21(57%) 0(0%) 37(100%)
AG4 23(15%) 20(13%) 48(32%) 0(0%) 50(34%) 8(5%) 149(100%)
IG 평균 1.7(4% 8.7(20%) 27.7(63%) 0(0%) 6.0(14%) 0(0%) 44.0(100%)
AG 평균 5.8(8%) 7.8(10%) 37.5(50%) 0(0%) 22.5(30%) 2.0(3%) 75.5(100%)
전체 4.0(7%) 8.1(13%) 33.3(54%) 0(0%) 15.4(25%) 1.1(2%) 62.0(100%)

각 집단에서는 평균적 62회의 말차례(turn-taking) 교환이 일어났으며, 전반적으로 나노기술과 관련된 자료를 탐색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③, 전체 54%). 즉, 대부분 집단에서 학생들은 나노기술의 현재 쓰임과 더불어 해당 기술이 내포하고 위험성과 문제점, 향후 창출할 수 있는 이익, 첨단기술을 둘러싼 이해관계자와 그들 사이의 이해관계 상충을 살펴보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고 합의를 이끌어내거나(⑤, 전체 25%) 서로의 입장을 교환하는 담화클러스터(②, 전체 13%)도 어느 정도 등장하였으나, 소집단에서 무엇을 논의해야하는지 방향성을 설정하거나(①) 의견이 빈번하게 충돌하여 서로의 주장과 근거를 약화시키고자 노력하는 담화(④), 나노기술의 지속적인 발달을 반대하는 경우 어떠한 대안을 마련해야하는지 논의하는 담화(⑥) 등 다른 클러스터의 등장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다. 이와 같이 대학생들이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고 조율해나가는 과정보다 나노기술에 대한 정보를 모으는 데 초점을 둔 것은 나노기술을 비롯한 첨단과학기술의 광범위한 응용성과 불확실성 때문으로 해석해볼 수 있다.

선행연구12-31에 따르면 나노기술과 같은 첨단과학기술은 응용범위가 매우 넓으므로 이익과 위험을 분명하게 예측하기 어렵다. 또한 불확실성과 복잡성이 높은 나노기술에 대한 과학적 지식이 부족하여 가치판단을 내리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도 생각해볼 수 있다.

나노기술에 대한 담화를 개인중심성향집단과 집단중심성향집단에 따라 분석해본 결과, 평균 말차례의 횟수와 클러스터의 비중과 진행양상에 차이가 있었다. 먼저 개인중심성향집단의 대화교환은 평균 44.0회, 집단중심성향집단에서의 대화교환은 평균 75.5회로, 개인중심성향집단보다 집단중심성향집단에서의 대화교환이 활발하게 진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전반적으로 두 집단 모두 나노기술과 관련된 다양한 자료를 찾고 여러 이해관계자의 특징을 살펴보는 데 상당한 시간을 투자했으나(③), 개인중심성향집단에서는 대화 초반부에 의견을 교환하는 데(②, IG 평균: 20%), 집단중심성향집단에서는 서로 다른 의견을 조정하고 집단의 합의된 의견을 이끌어내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⑤, AG 평균: 30%) 차이가 있었다. 일부 개별집단에서는(예: IG2) 전체 대화 중 의견을 조율하는 부분이 타 개인중심성향집단에 비해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도 하였으나(33%), 전반적으로 대화가 짧아 이를 큰 차이로 해석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각 집단에서 진행된 담화의 진행양상을 도식화하면 Fig. 2와 같다.

Figure2.

Discourse cluster patterns on nanotechnology (left: idiocentric groups; right: allocentric groups).

jkcs-64-291-f002.tif

개인중심성향집단의 주요 특징은 학생들이 나노기술과 관련된 다양한 관점과 자료를 탐색하는 데 상대적으로 초점을 두며, 의견을 조정해나가는 대화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이다. 특히 IG1과 IG2에서는 구성원 간 개별 입장을 교환하고 다양한 관점과 자료를 탐색하여 의견을 조정해나가는(②→③→⑤) SSI 논증담화의 전형적인 양상이 드러났다. 아래 대화는 IG1의 두 조원이 나노기술과 관련된 자료를 탐색하는 과정(클러스터③)에서 나눈 대화의 한 부분이다. 이때 모든 대화는 “발화차례를 나타내는 번호, 학생, 발화내용” 순으로 작성하였다.

22 S1: 아직 실리콘 공정이 10나노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으니까. 지금 10나노 대로 삼성이랑 마이크론 쪽이 14나노 쪽으로 내려오긴 했지만.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아직 기술적으로 많이 더디다고 생각하고. 영화같은 것 보면은 무슨 나노기술로 만들어진 로봇이 자기가 자각을 갖고 인간을 공격하고 그러는데 근거가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인공지능이라는 것이 인간을 닮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을 도와주기 위한 수단일 뿐인데 그게 자기가 자기 스스로를 자각한다는 기술까지는 도달하지 못할 것 같아요.

[중략]

43 S1: 지금 일단 생각을 해야 하는 거는 우리 생활에서 와닿는 컴퓨터라던가 핸드폰이 있고, 여러 가지 전자제품이 있고. TV도 이제 나노기술의 시대이고. TV도 이제 반도체가 들어가고 그러니까. 우리의 생활이 가장 편리화된 게 좋다고 생각해요. 여기에 핸드폰 말고 나노기술이 가장 활발하게 쓰이는게 의료 부분인데, 의료 부분에서는 정말 축복이라고 할 수 있죠.

44 S2: 그건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45 S1: 심장수술에 있어서도 나노기술 쓰고 약으로 먹는 것도 나노로봇을 쓴다고는 하는데.. 일단은 피부로는 못 느끼고 있지만 혜택을 많이 받는 환자들이 많다고 하니까.

46 S2: 맞아요. 근데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나노기계가 날아다니면서 정보 수집하는 거에 있어서 그것은 사생활 침해에 쓰일 수 있을 것 같아요. 만약 그런게 있다면은 각 집마다 그게 있는지 없는지 확인을 할려면은 또 그에 맞는 기계가 있어야 할 것 아니에요. 그걸 일일이 찾아다닐 수도 없고.

47 S1: 그런데 그렇게 작은 로봇들이 보편화되려면 지금으로부터 한 3-40년은 더 걸릴 것 같아요. 그때부터는 진짜 사생활 침해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IG1에서는 과거에는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컴퓨터나 휴대폰 등 나노기술이 접목된 전자기기가 이미 인간에게 많은 편의를 제공해주고 있다는 데 주목하여, 추후 미래 사회에서의 삶에도 의료부분을 비롯해 크고 다양한 혜택이 제공될 것임을 예상하였다(③). 특히 IG1의 S1과 S2는 본인들이 나노기술을 통한 의료측면의 장점을 체감하지는 못했으나, 나노기술을 적용한 로봇을 통해 인간의 병을 치료하는 측면과 인간 수명의 연장과 관련시켜 생각해보는 모습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아주 작은 나노기술 로봇이 상용화되었을 때 사생활 침해와 같은 단점을 고려해보기도 하였는데, “그런데 그렇게 작은 로봇들이 보편화되려면 지금으로부터 한 3-40년은 걸릴 것 같아요.”와 같이 이야기하면서 현재 나노기술에 대한 상황을 토대로 미래 상황을 예측해보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나노기술에 대한 여러 측면을 살펴보는 데 오랜 시간을 투자함에 따라, 조원의 의견을 합의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기보다는(⑤) 자연스럽게 탐색해보며 의견을 나누는 형태(③)로 대화가 진행되었다.

반면 IG4에서는 집단 구성원 간 의견을 공유하고 나노기술에 대한 특징과 정보를 공유하는 탐색단계(①, ②, ③)에 그치는 모습을 보였다. IG4는 논점에 대한 확인으로부터 대화의 장을 열고(①), 나노기술의 발달로 인해 가져올 수 있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탐색하는 동시에 사생활 침해나 의료기술의 악용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였다(③). 그러나 이들은 다방면으로 탐색한 자료를 한 데 모으지 못하고, 조원 각각의 입장을 정리하여 표현하는 것으로(②) 대화를 마무리해버렸다. 이에 해당 집단의 담화클러스터는 ①→③→②로 진행되었으며, 이에 따라 소집단에서 타인과 협력적으로 구성해나가는 의미 있는 논증에서 드러나는 논쟁이나 의견조정의 담화는 드러나지 않았다.

집단중심성향집단은 개인중심성향집단에 비해 구성원의 의견을 협의하고 조정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대부분의 집단성향집단에서는 조원과 함께 탐색한 정보와 가치를 바탕으로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이 관찰되었다(③→⑤). 특히 AG4에서는 다양한 담화클러스터가 등장하였으며, 담화의 목적이 시간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화하였다. AG4의 담화 흐름은 커다란 틀에서는 전반적인 담화클러스터의 진행양상(②→③→⑤)과 맥을 같이 하였으나, 논점을 확인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담화가 등장하거나, 자료를 탐색하는 담화가 반복하여 등장하는 등 세부 흐름에서 차이가 있었다. AG4의 구성원들은 나노기술과 관련하여 무엇을 이야기해야 하는지, 주어진 논점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으로 대화를 시작하여(①) 서로 간단하게 입장을 밝혔다(②). 이후 학생들은 나노기술이 실생활에 아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며,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인체에 유해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밝히면서(③) 지속적으로 대화의 방향성을 조정해나갔다(①). 대화의 말미에는 나노기술의 발달이 야기할 수 있는 문제점과 얻을 수 있는 이익에 대한 의견을 조정하기도 하였다. 이에 따라 AG4의 논증담화에서는 논박클러스터를 제외한 모든 클러스터가 등장하였으며, 문제의 논점을 확인하고 대화의 방향성을 조정하는 클러스터(①)가 재차 등장함으로써 AG4에서 대화의 목적이 시간에 따라 지속적으로 전환되었음을 보여주었다.

한편, 일부 집단에서는 집단 구성원의 의견이 일치되었다는 데 초점을 두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근거를 찾아나가는 상반된 형태로 대화를 이끌어나갔다(⑤→③). 예를들어, AG2에서는 다양한 자료를 탐색하는 것보다 의견을 먼저 합치하는 형태(②→⑤→③)로 토론이 진행되었다. AG2의 S21은 “저희 다 계속 발전을 했으면 좋겠다 뭐.”와 같이 이야기하면서 이미 개개인이 생각하는 의견이 매우 비슷하기 때문에 먼저 하나로 의견을 합치하려하는 모습(⑤)을 보여주었다. 이는 갈등상황을 새롭게 맞이하고 지속하는 것보다 먼저 조원의 의견을 하나로 일치한 후 대화를 진행하려는 집단중심성향자의 특징이 드러나는 예시로 볼 수 있다. 집단중심성향이 강한 사람들은 갈등상황에 놓일 때 본인의 의견을 강하게 이야기하기보다는 집단의 의견에 순응하고 수용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는 선행연구32,33와 맥을 같이 한다.

개인-집단중심성향에 따른 담화요소 분석

본 연구에서는 개인중심성향과 집단중심성향의 특성이 잘 드러날 수 있는 담화클러스터⑤ (의견조율 및 협상)에서 가치지향성에 따라 등장하는 담화요소의 빈도와 흐름을 살펴봄으로써, 서로 다른 의견을 어떻게 종합하고 조절하는지를 구체적으로 탐색해보았다. 그 결과, 개인중심성향집단과 집단중심성향집단은 전체적인 담화요소의 등장과 담화요소의 연결고리에 있어 차이가 있었다.

먼저 개인중심성향집단보다 집단중심성향집단에서 이루어진 담화클러스터의 길이가 길고 빈번하게 등장함에 따라, 해당 클러스터 내부에서 등장하는 담화요소의 개수 또한 많았다. 증거에 기반한 추론 영역(B)의 반박(B2)이나 정교화(B4), 다양한 관점을 고려하는 영역(A)의 상대방 반박에 대한 선고려(A5), 지속적인 탐구와 회의적인 사고(C)의 관점확장요구(C4)의 측면에서 집단중심성향집단이 개인중심성향집단보다 빈번하게 등장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집단중심성향집단은 상대적으로 다양한 담화요소가 등장함으로써 [B1-B2-B4]와 같이 관점을 구체화하거나 타집단의 공격에 대한 준비 [A5를 통한 B의 연결]의 방향으로 담화가 진행되었다. 반면, 개인중심성향집단에서는 앞선 대화에서 언급된 내용을 종합하여 요약하는 형태로 의견을 하나로 모음에 따라, [B1-B1]과 같은 담화요소가 제시되거나, C 요소들이 지속적으로 B에 영향을 주더라도 담화요소의 확장이 이루어지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아래 Fig. 3은 개인중심성향집단과 집단중심성향집단에서 나눈 대화를 담화요소의 연결양상으로 표현한 그림이다.

Figure3.

Discourse schemes in idiocentric groups.

jkcs-64-291-f003.tif

60 S2: 공상과학 쪽으로 생각하면 진짜 많아. 난 모든지 다 재앙으로 만들 수 있어. 과학에서 할 수 있는 것.

61 S2: 어찌되었든 현재(상황에서는) 70% 이상 축복이라고 할 것 같아요.

62 S1: 결론이 거의 다 내려진 것 같은데.

63 S2: 그럼 축복이라고 해요.

64 S1: 결론은 나노기술은 아직 축복이고 재앙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많은 과제들이 선적해있고, 이미 우리 실생활에 와 닿는 컴퓨터라던가 휴대폰이라는 나노기술이 접목된 많은 전자기기들이 인간들에게 많은 편의를 제공해주고 있고. 그리고 의료기술 쪽에서는 나노기술로 병을 치료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 나노기술은 축복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IG1, 담화클러스터⑤)

IG1에서는 개개인의 의견을 모으고 종합하는 형태로 조율이 진행되었다. 공상과학적으로 나노기술이 급격하게 발달한 미래를 예상해보았을 때 많은 문제점을 예상해볼 수 있지만(A1), 그보다는 나노기술의 발달이 미래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하였다(B1). 학생들은 대화를 마무리하면서 앞서 언급된 내용을 종합함으로써(B3), 나노기술에 대한 하나의 결론을 도출하였다. 이와 같은 소집단에서의 결론도출 과정은 앞서 탐색과정에서 나노기술이 가져올 수 있는 수많은 이점에 대해 논의한 끝에 나온 것으로, 주장과 근거를 제시한 후(B1) 앞서 제시되었던 여러 근거의 측면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B3) 제시하는(A2) 형태로 진행되었다고 볼 수 있다. 위의 대화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IG1에서는 의료기술이 발달되어 질병을 치료하거나, 보다 효율성이 높은 전자기기 등 나노기술이 가져올 수 있는 이익을 논의하였다.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나노크기의 매우 작은 입자가 내포하는 위험성보다는 이익을 추구하는 유사한 방향성을 보였기 때문에 쉽게 의견을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아래는 또 다른 개인중심성향집단인 IG2에서 진행된 논증담화이다.

19 S8: 어디까지 발전할 것인가.

20 S7: 계속 기술을 발전할건지 말건지를 정하면 되는 거 아니에요?

21 S5: 저희 다 계속 발전을 했으면 좋겠다 뭐.

22 S8: 그게 어디까지인지는.

23 S5: 어디가 한계인지 모르니까.

24 S8: 사람의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라던가 그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요?

25 S7: 근데 이거 개발하면 일단 우리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데

26 S8: 나쁜 영향을 안 미칠 때까지. 어쨌든 정부의 규정은 필요할 것 같고.

27 S7: 규정은 정해놓고 발전은 계속 하고.

(IG2, 담화클러스터⑤)

IG2에서는 나노기술의 발달이 지속되었을 때의 미래 모습을 예상해보기보다는 나노기술의 발전에 대한 찬성과 반대의 여부로 대화를 진행했다. 이에 학생 S8가 한계점이 어디까지인지 생각해보도록 질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C3) 그에 적절하게 답하지 못하고 계속 발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형태로 의견을 제시했다(B1). 이후 한 학생이 질문을 제기하였지만(C1), 제한점을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정부의 규정이 필요하며 나노기술의 발전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피상적으로 제시하였다(B1). 위의 대화에서는 의문을 제기하고(C1)과 정교화를 요구하는(C3) 담화요소가 등장하였지만, 근거에 기초한 주장(B1)이 지속적으로 등장하면서 상대적으로 담화가 확장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집단중심성향집단의 경우에는 나노기술에 대해 유사한 의견을 지니고 있음에 기초하여, 구성원의 의견을 하나로 일치하거나 반론에 대한 예상을 통해 대화를 진행하였다 (Fig. 4 참조). 한 예로, AG4에서는 구성원 간 지속적으로 의논하여 의견을 결정해나가는 모습을 보였으며, 이 과정에서 한 사람이 독단적으로 의견을 이끌어가기보다는 다른 사람이 그에 대한 반박이나 의문을 제시함으로써 대화를 진행하였다.

Figure4.

Discourse schemes in allocentric groups.

jkcs-64-291-f004.tif

82 S28: 음. 저희 조는 나노기술이 있기 전과 지금 이렇게 이르러가지고 두 시대를 비교했을 때 시대별 평균적인 행복 수치는 예전보다 지금이 더 올랐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라고.

83 S31: 아니지. 그거는 너 생각이지. 삶의 질이 높아진 거지 행복의 기준은 다른 거지.

84 S29: 하하, 너 생각이지.

85 S28: 저희 4조는 그렇게 생각합니다라고 먼저 전제를 깔고 이야기하면 될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으니까.

86 S31: 시작을 그렇게 하면 될 것 같아요 그냥. 이 문제 자체가 그냥. 기술의.. 기술의 발전이.... 기술이 인간의 삶을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인데. 이게 주젠데. 그럼 생각을 해보는거지. 기술이 주는 행복이 뭔가? 나노기술이 주는 행복이 뭔가.

87 S28: 편리함이나..

[중략]

(AG4, 담화클러스터⑤)

AG4에서는 나노기술의 발달로 인한 미래 삶을 예측하는 데 있어 과거와 현재, 미래 사회에서의 행복감 또는 삶의 질을 비교해보고자 했다. 학생 S28이 행복수치가 올랐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자, 학생 S31은 그는 집단의 생각이 아니라 S28 개인만의 의견임을 밝히면서 삶의 질과 행복의 기준이 구분되어야한다고 반박하였다(B2). 이후 AG4의 구성원들은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이를 구체화시킴으로써(B4) 의견을 간극을 좁혀나갔다. 이때 나노기술이 주는 행복이 무엇인지 살펴볼 것을 권유함으로써 관점을 보다 확장하여 볼 필요성을 제안하였다(C4). 이 과정에서 담화요소는 주장과 근거를 제시하는 것을 넘어(B1) 여러 사람이 함께 의견을 구체화(B4)시키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담화요소가 영역 간 연결되는 부분은 적었으나, 서로 다른 담화요소가 연결되면서 확장되고 있는 형태로 표현되었다.

한편 AG3의 경우에는 담화요소 A와 B, C로 이루어진 연결고리가 등장한다는 특징이 있었다.

24 S27: 근데 또 반문이... 스마트폰 없을 때는 어떻게 살았냐? 스마트폰이 없을 때는 저희 잘 살았잖아요. 어렸을 때. 이렇게 반론을 제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중략]

31 S26: 근데 양날의 검이면 나를 지킬 수도 있지만 내가 오히려 죽을 수도 있다 중립적인 입장을...

32 S25: 지금도 괜찮다. 중립적일 수 있겠죠. 지금에 만족한다. 근데 왜 만족하지?

33 S26: 발전을 해야할 것 같긴 한데 이런 식으로는 안된다?

34 S27: 저희는 중립적인 입장인데 현재에 만족하며 살자는 입장이고. 나노기술이 발달해서 우리에게 주는 편리함도 있지만, 테러단체에 악용될 경우 상황이 악화될 거라고 생각하고요. 신체에 접촉하게 되면 치매나 불임 등 악영향을 가져오고, 그 만큼 걱정해야할 것도 있기 때문에 다른 방향으로의 발전이 필요하다고 하면 될 것 같아요.

35 S26: 방금 하신 것 중에서요. 나노기술이 신체에 닿으면 뭔가 생긴다는게 무조건 생긴다는 게 아니거든요. 우리가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을 만들어내는게 좋을 것 같아요. 그럴 수도 있고 이런 식이요.

(AG3, 담화클러스터⑤)

AG3은 나노기술의 개발에 따른 문제점과 이익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나노기술의 미래는 사람의 인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주장하면서(B1), 나노기술이 없었을 때에는 어떻게 생활했는지 살펴볼 것을 제안하였다(C4). 이에 학생들은 스마트폰이 없었을 때 역시 잘 살았음을 이야기하면서 반론을 고려하기도 하였다(A5). 또한 Fig. 4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왜 만족하는지”에 대한 근거를 요구하거나(C3) 그를 일부 수용하여(A4) 의견을 바꾸는 모습이 등장하였으며, 여러 가지 제시된 근거를 종합하여 조원의 의견을 정리한 후(B3), 앞서 정리한 근거에서 오류를 찾아냄으로써(B2) 상대방 반박을 고려하는 모습(A5)이 연쇄적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중립적인 의견이라 하더라도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했음을 드러냈다. 실질적으로 토론의 내용 자체는 다소 나노기술에 대한 내용을 충분히 담지 못할 수 있었으나,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본인들의 의견에 대한 반론을 미리 고려함으로써 구성원들이 나름대로 나노기술의 위험성을 고려하면서도 혜택을 강조하는 중립 의견을 구체화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를 통해 개인중심성향과 집단중심성향은 의견을 조율해나가는 동일한 담화클러스터 내에서 분명하게 구분될 만큼의 차이는 아니었지만 의견합의의 내부 과정이 다소 다를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론 및 제언

본 연구에서는 대학생에게 교양과목을 통해 나노기술에 대한 논의에 참여해보는 기회를 제공하고 이들이 담화에 참여하는 양상에 대해 살펴봄으로써 교육적 함의를 도출 해보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나노기술과 관련된 사회·윤리적 쟁점맥락에서 드러나는 대학생의 논증담화의 특성을 탐색하였으며, 특히 담화클러스터와 담화요소로 구성된 분석틀을 이용하여 개인중심성향 및 집단중심성향집단이 진행한 SSI 논증담화의 특성을 비교해보았다. 담화클러스터와 담화요소를 분석한 결과, 전반적으로 대학생들은 나노기술과 관련한 논증을 진행할 때 본인의 입장을 교환하고 자료를 탐색함으로써 의견을 조율하는 방식으로 참여하였으며, 그 중에서도 나노기술의 혜택과 잠재적인 위험성을 탐색하는 데(③)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때 개인중심성향집단과 집단중심성향집단이 나노기술에 대해 진행한 논증담화는 전반적인 진행양상과 소집단 내에서 의견을 조정하고 협상하는 부분에 있어 차이가 있었다. 개인중심성향집단에서는 대화 초반부에 의견을 교환하는 경우가 많았으며(②), 집단중심성향집단에서는 서로 다른 의견을 조정하고 집단의 합의된 의견을 이끌어내는 데(⑤) 초점을 두는 경향을 보였다. 이에 따라 의견조정 및 합의(⑤) 클러스터 내부에서 등장하는 담화 요소 또한 집단에 따라 다소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위의 연구결과를 세 가지 측면에서 논의해보고자 한다. 먼저, 대학생들이 나노기술과 관련된 사회·윤리적 쟁점 맥락에서 진행한 논증담화의 특성에 대한 논의이다. 연구에 참여한 대학생들은 나노기술의 양면성에 대한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조율하기보다는, 주로 나노기술의 쓰임과 잠재적인 위험성을 탐색하는 데 집중하였다(③). 교수자가 이에 대한 강의를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학생들이 자료탐색에 몰두했다는 점은, 해당 주제에 대한 이해가 다소 부족했던 것으로 해석해볼 수 있다. 실제로 일부 학생들은 나노기술을 만능기술처럼 묘사하는 등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허황된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하였다. 이는 일반인들의 나노기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며, 그에 따라 부정적인 면보다는 긍정적인 면을 강조한다는 기존의 연구결과와 유사한 결과이다.7,12 따라서 자료를 탐색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을 수밖에 없었으며, 주제와 관련된 개념이해의 부족은 자료탐색을 넘어서는 담화(④, ⑤, ⑥)를 이끌어내기 어려움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고려해볼 때, 보다 의미 있는 논증담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나노기술 주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해당 지식을 내면화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제공해야할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본 연구에서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논증담화를 진행했음에도 학생들이 나노기술에 대해 이해하고 그에 대한 의견을 펼치는 데 다소 어려움을 겪었다. 따라서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나노기술에 대한 SSI 토론을 진행한다면, 학생들이 나노기술의 양면성을 이해하고 그에 대한 본인의 의견을 다질 충분한 시간과 여건을 제공할 필요가 있겠다.

둘째, 개인중심성향집단과 집단중심성향집단이 진행한 논증담화의 차이에 대한 논의이다. 담화클러스터 분석결과, 개인중심성향집단과 집단중심성향집단 모두 전반적인 논증담화의 진행양상은 유사하였으나(②→③→⑤), 집단중심성향집단에서 의견을 조율하고 합의하는 클러스터(⑤)의 비중이 조금 더 큰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집단중심성향집단에서는 다양한 의견을 탐색한 후 조율해나가는 과정이 아니라, 먼저 의견을 합치한 후 그를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를 찾는 방향(⑤→③)으로 진행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담화클러스터의 등장빈도와 진행양상은 개인중심성향집단과 집단중심성향집단이 집단 내 갈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다소 다른 방식으로 대화를 진행하는 것을 보여준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집단중심성향이 강할수록 서로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통합이나 상대방의 의견을 인정해주는 순응하는 경우가 많고, 개인중심성향이 강할수록 자신의 의견을 여러차례 정당화하거나 상대방의 약점을 적극적으로 공격하는 경우가 많다고 보고된다.22-23 SSI는 과학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환경 등 다양한 영역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주제로, 이를 둘러싼 이해관계자의 입장이 서로 부딪히는 갈등상황이 제시된다. 따라서 갈등상황에서 상이한 의견을 조율하여 최대한 의견을 조율하고자 하는 통합전략이나, 본인의 의견을 다수의 의견과 일치시키고자 하는 순응전략은 의견을 합의하는 클러스터와 유사점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의 결과는 대학생들이 나노기술과 관련된 논증에 참여할 때, 본인의 가치성향에 따라 내용뿐만 아니라 대화의 양상 또한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담화요소의 빈도와 연결고리에 있어서는 의견을 조정하는 담화클러스터에 있어 두 집단 간 차이가 있었으나 그 차이가 분명하게 구분되지는 않았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등장하는 담화요소의 차이를 성향의 차이로 치부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그보다는 학생들의 가치관보다는 논증을 구성하는 능력 또는 SSI 토론에 참여해본 경험과 같은 다른 원인이 SSI 논증담화에서 드러나는 담화요소의 등장에 영향을 주었을 수 있다고 추측해볼 수 있다. SSI 추론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은 뚜렷한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심리적 불편함을 느끼거나 의사결정을 회피하고 중간 입장을 취하는 모습을 보인다.32,33 또는 나노기술에 대한 이해가 다소 부족하거나, 본인의 삶에 큰 영향을 주는 주제라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등장하는 담화요소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추후에는 성향 이외에 SSI 대화적 논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논증기술과 같은 요인의 영향을 배제하고 분석해볼 필요가 있겠다.

셋째, 소집단에서 이루어지는 SSI 대화적 논증을 분석하기 위해 담화클러스터와 담화요소의 개념을 도입한 것에 대한 논의이다. 본 연구에서는 소집단에서 이루어지는 SSI 대화적 논증을 분석하기 위해 담화클러스터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SSI 논증담화의 목적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전환되는지 전반적인 대화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었다. 특히 담화클러스터를 시각화하여 표현함으로써 집단 간 논증담화의 진행양상을 참여 학생의 가치지향성에 따라 비교하는 데 용이하였다. 즉, 담화클러스터 분석은 학생들의 SSI 논증담화의 특징을 파악하고, 시간에 따라 담화의 흐름이 어떻게 변화되는지 진행양상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주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다. 현재까지 SSI 맥락에서의 대화적 논증을 분석한 연구는 주로 미시적인 관점에서 논증요소의 구조나 발화의 기능을 탐색하는 데 초점을 둔다. 그러나 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전반적인 논증담화의 특징과 대화의 전환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 일부 연구자들은 관련 노력을 이루어왔는데, 예를 들어 Kim et al.34는 Walton의 분석틀을 재구성하여 SSI 담화를 분석하면서 대화의 흐름을 시각화하는 과정에서 담화의 목적이 전환되는 것을 발견하였으며 그 의미를 찾고자 노력하였다. 본 연구는 SSI를 주제로 한 논증에서 드러날 수 있는 다양한 담화의 맥락을 담화클러스터로 제시하여 담화의 흐름을 분석했다는 점에서 기존 연구와 차별화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담화요소 분석을 통해 해당 집단에서 SSI 논증 요소가 얼마나 등장했는지, 주제를 둘러싼 여러 가지 입장을 고려하고 상대방의 응답에 회의적으로 사고하는 모습을 보였는지 등에 대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 제안한 담화요소의 분석방법은 좋은 SSI 대화적 논증을 드러내는 지표(indicator)를 중심으로 담화요소를 도출한 것이므로, 담화요소의 등장횟수와 연결고리로 학생의 논증 수준을 측정하기에는 제한점이 있었다. 본 연구에서의 담화요소는 기존의 연구14,35,36처럼 분명하게 논증의 수준을 수치화하여 평가하지는 못하지만, 담화요소가 SSI 대화적 논증에서 바람직하다고 여겨지는 요소이므로 논증의 질을 간접적으로나마 고려해볼 수 있었다.

본 연구는 과학기술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과학기술의 발전방향에 대해 본인의 의사를 표현하고 반영해볼 수 있어야 한다는 가정하에,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나노기술의 양면성에 대한 논의에 참여하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연구에 참여한 대학생들은 나노기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나름대로의 성찰을 통해 나노기술의 미래를 예측해보고 발전방향을 동료들과 논의해보았다. 이와 같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요구되는 과학적 소양을 높이는 하나의 방안이었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또한 본 연구를 통해 개인중심성향과 집단중심성향집단에서 진행하는 담화의 양상이 다른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교수자가 학생들의 성향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SSI 논증을 촉진하고 지원할 수 있어야 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노기술을 주제로 한 소집단 논증에서 집단중심성향이 강한 학생들은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고 합의하는 데 초점을 둔 반면, 개인중심성향이 강한 학생들은 집단중심성향집단보다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는 데 초점을 둔 경우가 많았다. 이때 집단중심성향집단은 하나의 의견으로 합의를 이루는 과정에서 견해 차이를 좁히기 위한 대화뿐만 아니라, 집단 구성원의 의견을 단순히 일치함으로써 합의를 이루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따라서 집단중심성향이 강한 학생들에게는 SSI 맥락에서 진행되는 소집단 논증에서 의견의 일치보다, 어떠한 부분에서 의견이 일치되었으며 그 이유는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논의할 수 있도록 교수자가 안내할 필요가 있다. 반면 개인중심성향이 강한 학생들의 경우에는 주로 본인의 의견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두고 상대방 의견에 대한 인정이나 수용이 적게 드러났다. 따라서 개인중심성향이 강한 학생의 경우에는 본인의 의견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의견이 타당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보다 다양한 관점에 대한 포용력을 기를 수 있도록 교수자의 전략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실제 학교현장에서는 하나의 특정 성향이 강한 학생들만 있다기 보다는, 개인중심성향과 집단중심성향이 강한 학생들이 섞여있거나 성향이 뚜렷하지 않은 학생들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추후에는 개인중심성향과 집단중심성향의 수준이 각기 다른 학생들이 진행하는 소집단 논증을 탐색해봄으로써, 이들 사이에서는 어떠한 방식으로 의견이 조율되는지, 서로 다른 성향 사이에서는 교사가 어떠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는지 등을 파악해볼 필요가 있겠다. 이를 통해 성향에 따라 다를 수 있는 서로의 논증방식을 이해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SSI논증을 진행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뿐만 아니라 나노기술 주제를 넘어 다양한 특성을 지닌 SSI 주제에 대한 대화적 논증을 분석함으로써, SSI 대화적 논증의 특징을 탐색하기 위한 연구가 수행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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