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Information
Journal ID (publisher-id): chemical
Title: 대한화학회지
Translated Title (en): Journal of the Korean Chemical Society
ISSN (print): 1017-2548
ISSN (electronic): 2234-8530
Publisher: 대한화학회Korean Chemical Society
물은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물질 중 하나이며 과학 교과의 화학 단원에서 실례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특히 다른 물질과는 달리 액체인 물은 고체인 얼음으로 상태변화시 부피가 증가하여 일상생활에서 냉동실에 얼린 물의 용기가 파손되는 경험을 누구나 한 번쯤 가지고 있다. 이러한 물의 상태변화 개념은 학생들이 경험하는 자연 현상의 이해나 과학의 모든 분야의 개념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므로 중고등학교의 과학 및 화학 교과서에 포함되어 교육되고 있으며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이 현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입자 수준의 미시적 해석이 필요하다.
실제로 학생들의 상태변화에 대한 이해를 조사하려는 연구들에서는 거시적 관점과 함께 미시적 관점에서의 이해를 조사하려는 시도를 대부분 포함하고 있으며,1 학년이 높아질수록 미시적 관점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2,3 과학 교과서의 상태 및 상태변화 관련 내용에 대한 인지 요구도(cognitive load)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4 후기 구체적 조작기부터 초기 형식적 조작 수준에 요하는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
입자 수준에 따른 이해와 더불어 한 가지 더 필요한 것은 바로 공간적인 이해다. 화합물인 물이 수소 원자 2개와 산소 원자 1개로 되어있다는 것과 함께 수소 원자와 산소 원자와의 수소결합으로 인해 물이 얼음으로 상태변화를 할 때 부피가 커진다는 것으로 물과 얼음의 분자구조에 대한 설명이 가능하다. 이 개념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오래 전부터 궤도나 시각자료 등을 입자 수준의 그림을 이용하여 분자배열에 대한 공간적인 이해를 시도하였다.5−7
이처럼 원자나 분자와 같이 미시적 개념은 감각적으로 경험할 수 없기 때문에 정안 학생(normally sighted students)들도 이해하기 쉽지 않다.8 더욱이 시각장애학생들은 영상적 표상이 시각의 제한으로 제약이 있어 대체 감각을 활용하여 충분한 작동적 표상의 자극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미시적 해석과 공간적 정보를 처리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9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안 학생들을 대상으로 사용되었던 분자모형10,11은 시각장애학생들을 위한 물질의 상태개념 학습에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분자모형은 기본적으로 촉각 모형(tactile model)이기 때문에 시각장애 학생이 손으로 조작하면서 탐색할 수 있는 대체감각을 활용한 수업 교구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지금까지 모형을 활용한 연구들은 주로 눈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개념을 확대 모형으로 이해 정도를 확인12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시각장애학생의 과학 성취도를 향상시키기 위한 교수적합화 연구13가 일부에서 시도된 바 있지만, 입자 개념과 같이 추상적인 개념에 대한 연구는 인터뷰를 통해 시각장애 초등학생의 용해 개념을 조사14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즉, 아직까지 실제 분자 모형을 이용하여 미시적 화학세계를 탐구하고 화학 개념 이해 및 가능성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한편에서는 시각장애학생의 학습 상황에 대한 이해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암실 상황에서의 과학교육자,15 특수교사16 및 예비화학교사17의 분자모형에 대한 이해를 조사한 연구는 있었지만, 실제 시각장애학생의 이해 정도를 파악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시각장애학생들의 추상적인 과학 개념에 대한 연구를 통해 시각장애학생들의 이해 정도와 촉각 모형을 활용한 학습의 가능성을 밝히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물의 상태변화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고안된 분자 모형을 이용하여 시각장애 중고등학생의 물의 상태 변화 관련 개념을 탐색하는 과정을 조사하였다.
이 연구는 2013년 11월, 국립과천과학관에서 개최된 특수교육 행사인 시각장애학생의 과학탐구에 참여한 시각 장애 중고등학생 31명을 대상으로 하였다. 전일로 운영된 행사는 시각장애 특수학교의 중고등학생들이 물리, 화학, 지구과학 주제로 과학탐구 활동을 직접 체험하도록 구성되었는데, 이 연구는 ‘모형을 이용한 과학탐구’에 참여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운영되었다. 연구대상 학생들의 간략한 배경 특성은 Table 1과 같다. 성별 측면에서는 남학생 19명, 여학생 12명이었고 중학교 1학년 4명, 중학교 2학년 8명, 중학교 3학년 4명, 고등학교 1학년 6명, 고등학교 2학년 9명이었다. 시각장애 정도 측면에서는 14명은 전맹, 13명은 저시력 학생이었다. 31명 중 1명의 학생만이 저시력과 지체 장애를 중복으로 가지고 있었을 뿐, 다른 30명은 모두 시각 손상 외에는 학습에 장애가 되는 요인은 없었다.
*This student has also physical disability.
활동에 참여한 시각장애학생 2인을 한 모둠으로 구성하여 물 분자와 얼음의 분자구조에 대한 과학탐구를 실시하였다(Fig. 1). 두 조로 나누어 과학교육전공 대학원생 2명이 미리 준비된 안내질문(Table 2)에 따라 면담을 진행하였다. 두 차례의 탐구활동은 시각장애 중고등학생들이 제시된 물 분자 모형과 얼음 분자 모형을 각각 탐색하고 해당 개념을 설명하는 단계로 구성되었다. 탐구 활동 후 연구자가 모형에 대한 설명과 개념을 지도하였고 모형의 적합성에 대해 논의하였다. 각 활동은 대략 10분씩 소요되었고, 활동 후 모형의 필요성과 유용성에 대해 논의하는데 5분이 소요되어 총 25분 정도가 걸렸다.
이 연구에서 사용한 물 분자와 얼음의 분자모형은 Fig. 2와 같다. 물의 분자모형은 탁구공 1개와 압정 4개 그리고 자석 2개로 구성하였는데 탁구공은 산소 원자(O)를, 압정은 결합위치를, 자석은 수소 원자(H)를 나타내며 과학교육자, 특수교사 및 예비화학교사 대상의 선행연구들15−17에서 이미 사용된 바 있다. 물의 분자모형은 수소 원자 2개와 산소 원자 1개로 구성되어 있으며 산소 원자가 수소 원자보다 크다는 정보를 제공한다. 얼음의 분자모형은 총 20개의 물 분자 모형을 연결하여 15×13×10 cm3의 크기로 제작하였다. 얼음의 분자모형은 얼음 형성 시 물 분자의 결합에 의해 생긴 구조로 공간이 형성됨과 육각형 모양을 이루며 배열함을 볼 수 있다. 이 모형들은 초등 3∼4학년군의 ‘물의 상태변화’ 단원과 중등 1∼3학년군의 ‘분자 운동과 상태변화’ 단원의 학습 내용과 화학 I의 ‘화학의 언어’ 단원의 학습 내용과 연관된다.18
시각장애 중고등학생들이 분자 모형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개념 및 다양한 응답을 얻기 위해 반구조화된 면담을 하였다. 질문 항목은 모형 탐색, 개념 탐색, 개념 이해, 경험 후 느낌에 대한 내용으로 구성하였다. 이 질문들은 모두 활동에 대해 추론해 보게 하고,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방식으로 구성하였다. 모든 면담은 과학교육전문가 2인의 검토 및 수정을 거쳐 개발하였으며, 질문의 구성 내용은 Table 2와 같다.
시각장애 중고등학생이 물과 얼음의 분자모형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연구자와 나눈 대화는 모두 녹음되었고, 전사되었다. 전사된 자료를 통해 참여 학생들의 상태변화 관련 개념과 모형 사용에 대한 인식을 조사하기 위하여 연구자 1인이 전사된 자료를 반복적으로 읽으면서 활동 단계 및 주요 질문별로 특징을 일차적으로 파악하였다. 이상의 대략적인 분석 내용을 토대로 과학교육전문가 2인과의 주기적인 세미나를 통해 활동단계 및 모형의 활용과 관련하여 대표적인 사례가 될 면담내용을 선정한 뒤 의미를 논의하고 정리하였다. 이 내용은 특수학생 과학교육을 주제로 하는 대학원 수업을 통해 발표되었고, 수강생들의 조언을 통해 점검 받았으며, 결과 논의에 반영하였다.
물 분자 모형 탐색. 연구자가 제시한 물 분자 모형을 시각장애학생들은 탁구공으로 만들어졌음을 쉽게 알아내었지만 압정과 자석을 구분하는 데 약간 어려워하였다. 그러나 연구자의 안내된 질문을 통해 압정과 자석을 구분하였고 탁구공 1개, 자석 2개, 압정 4개로 이루어져 있음을 찾아내어 대답하였다.
시각장애 중고등학생들은 연구자가 제시한 물 분자 모형을 가지고 다양한 과학 개념을 언급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자석의 성질과 함께 중력, 오존층, 만유인력, 블랙홀을 언급하였고 형태의 유사성으로 인해 눈의 구조 모형으로 인식하기도 하였다. 비록 물 분자 모형은 아니지만 원자, 분자, 전자 등의 화학 관련 개념도 대답하였다. 정안인 과학교육자, 특수교사, 예비화학교사 집단을 대상으로 적용한 동일한 모형의 탐색에서 시각장애학생들과는 달리 유사 화학 개념에 대한 언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15−17 그러나 물 분자 모형임을 정확히 지목하기는 어려워하였고 연구자와의 계속된 대화를 통해 제시한 모형이 물 분자 모형임을 인식하였다. 한 명의 시각장애학생(학생 08)의 경우 연구자의 힌트 없이 물 분자 모형임을 언급하였는데 이를 통해 연구자가 고안한 모형이 화학 관련 개념들과 함께 물 분자에 대한 개념을 유추하게 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 분자 개념 설명. 물 분자에 대해 배운 적이 있는지에 대한 물음에 시각장애학생들은 배운 적이 있다고 대답하였지만 대부분은 물 분자에 대해 올바르게 설명하지 못하거나 부족한 설명을 하였다. 그러나 단 한 명의 시각장애학생(학생08)만이 물 분자의 화학식이 H2O이며 수소 원자 2개와 산소 원자 1개가 결합되어 있음을 설명하여 물 분자의 화학식, 구성 원소와 구성 원자의 수를 정확하게 알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같은 모둠인 다른 시각장애학생(학생07)은 연구자가 제시한 모형과 물 분자 개념을 연결하여 설명하였다.
물 분자에 대한 설명을 부족하게 한 대부분의 시각장애학생들은 물 분자가 수소와 산소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일부 학생들의 경우 구성 원소의 이름과 개수를 바꾸어 대답하거나 물 분자의 화학식을 O2, CO2로 대답하였는데 구성 원소와 개수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있지 못함을 알 수 있었다. 다른 시각장애학생들은 연구자의 질문에 대답을 잘 하지 못하였다.
특수학교 교육과정 내의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과 선택중심교육과정에 규정된 과학과 교육과정의 경우, 현재 일반 학교에서 쓰이는 교육과정과 완전히 일치한다. 따라서 정신지체 등의 중복장애를 갖고 있지 않은 시각장애학생은 일반 학교의 정안 학생과 완전히 같은 과학 교육과정을 적용받는다.19,20 초등 3~4학년 시기에 현상적 수준의 물의 상태변화에 대한 학습을 시작으로, 중등 1~3학년에 분자 운동과 상태변화와 물질의 구성 단원에서 원소, 원자, 분자에 대한 기본 개념을 접하고, 고등학교 화학 I에서 물의 특성을 분자적 측면에서 자세히 다룬다.18 그러나 화학 I을 학습하는 고등학교 2학년 시기의 시각장애학생의 경우, 직업 및 진로 교육으로 이료(醫療) 교과과정을 진행하게 되어 있다. 즉 화학개념을 심화시킬 기회가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에9,21 시각장애 중학생과 고등학생 사이에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시각장애학생들은 물 분자 모형을 구성하는 탁구공, 압정, 자석을 인식할 수 있으며 물체의 크기에 따라 개수를 구분할 수 있다. 자석의 크기가 작음에도 불구하고 촉감과 금속에 달라붙는 성질로 압정과의 구분이 가능함을 볼 수 있다. 또한 물 분자 모형으로 원자, 분자 등과 같은 화학 개념을 설명할 수 있으며 탐색을 통해 물의 분자 모형임을 인식하고 개념을 설명할 수 있다. 시각장애학생들이 물 분자에 대한 개념을 제대로 설명하기 어려워하고 다른 개념과 혼동한 것으로 나타나지만 학습의 기회가 제공된다면 물의 분자모형을 활용한 설명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참여 학생의 시각장애 정도와 학교급에 따른 이해 정도에는 차이가 없었다.
얼음 분자 모형 탐색. 20개의 물 분자로 이루어진 얼음 분자 모형을 시각장애학생들은 세 가지 유형으로 유추하여 묘사하였다. 첫 번째로, 탁구공에 붙인 자석의 위치와 개수, 전체적인 구조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거나 나무, 연필꽂이, 숫자 8과 같이 생김새가 비슷한 물체로 대답하였다.
두 번째로, 시각장애학생들은 얼음 분자 모형을 처음 접했던 물 분자 모형의 집합임을 인식하여 “물의 결합체”(학생18, 19), “물 분자 연결해둔 것”(학생08, 09, 21) 등의 대답을 하였다. 이전 경험을 통해 획득한 정보를 사용하여 물 분자 20개로 구성된 얼음 분자 모형이 물 분자 모형의 결합체이며 구조를 이루고 있음을 이해하였고 연구자의 힌트를 통해 물 분자의 결합체가 고체인 얼음 상태임을 대답하였다.
세 번째로, 시각장애학생들은 연구자의 힌트 없이 물 분자의 고체 상태인 얼음을 언급하기도 하였다. 이 수준으로 설명한 시각장애학생들은 모두 전맹이었으며, 중학생(학생11, 13, 15)이 고등학생(학생04)보다 더 많았다. 중학교 과학과 교육과정에서 상태변화에 대한 분자적 설명이 소개되고 있어 이 시기의 학생들이 자세히 알고 있으며 전혀 보이지 않는 장애특성으로 인해 전맹이 좀 더 구체적인 관찰과 함께 추가로 촉각적 탐색을 통해 자세한 묘사와 설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는데, 이는 추후 또 다른 연구를 통해 더 알아볼 필요가 있다.
한 명의 시각장애학생(학생15)은 얼음 분자 모형의 촉각적 탐색을 통해 고체 상태의 분자 간 거리를 묘사하고 설명하였다. 반면 다른 시각장애학생(학생16)은 분자간 거리가 멀어졌기 때문에 제시된 모형이 기체 상태라고 설명하였는데, 이는 일반적인 물질의 상태변화와 물의 상태변화를 혼동한 것으로 보인다. 비록 개념의 정확성에는 다소 차이가 있었지만, 이를 통해 시각장애학생들이 촉각 모형을 통해 분자간의 거리를 파악할 수 있으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개념과 연관지어 설명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시각장애학생들의 물질의 상태변화에 대한 입자적 측면의 개념에 대해서는 추후 더 알아볼 필요가 있다.
물의 상태변화 개념 설명. 시각장애학생들은 일상생활에서 경험할 수 있는 “물을 가득 채운 페트병을 냉동실에 넣어 두면 어떻게 되나요?”라는 질문에 그런 경험이 있으며 “(페트병이) 터진다, 깨진다”라고 대답하면서 “액체인 물이 얼음이 되면 부피가 커져요”라는 과학적 설명도 하였다. 그러나 부피가 커지는 이유에 대한 질문에는 모두 올바르게 대답하지 못하였으며 아직 제대로 배운 적이 없어서임을 유추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시각장애학생들은 대답을 하지 못하거나 일반적인 물질의 상태변화에서 액체가 고체로 상태변화 할 때 분자의 공간이 줄어드는 것으로 설명하였다.
정안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물의 상태변화 현상이 물리적 변화가 아닌 화학적 변화로 잘못 이해하고 있었고 과학적 개념이나 용어에 대한 이해가 매우 다양하고 피상적이었으며,22 시각과 촉각으로 느낄 수 있는 응고와 융해 개념보다 시각과 촉각으로 느낄 수 없는 액화와 기화에 대한 과학적 개념 형성에 더 어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보고되었다.23,24 또한 물의 상태변화에 대한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학생들이 Piaget의 인지발달 이론에 의해 7세 이후에 형성되는 보존 개념과 이를 이해하기 위한 입자 이론이 필요한 것으로 제안되기도 하였다.22,24−27
이와 달리 본 연구에서 면담에 응한 시각장애학생들은 과학적 용어와 개념을 적합하게 사용하였으며 입자 관점으로 현상을 설명함으로써, 시각장애학생의 미시적 관점에서의 이해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입자개념 학습에서 시각적 경험의 제약이 큰 장애요인이 되지 않을 수 있으며, 적절한 모형을 사용한다면 물에서 얼음으로의 상태변화시 부피가 증가하는 현상도 입자 관점으로 충분히 이해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각장애학생들은 얼음의 분자 모형을 생김새를 기준으로 설명하거나 얼음의 분자 모형이 물 분자 모형의 결합체와 물 분자의 고체 상태인 얼음임을 인식하였다. 일상생활에서의 물의 응고를 현상적 수준에서 정확히 묘사하고 설명하였지만, 그 원인에 대해서는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 다만 물질의 상태변화 개념에 대해 심화시킬 학습 기회가 제공되고 적절한 분자 모형이 활용된다면 올바른 개념 이해가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참여 학생의 시각장애 정도와 학교급에 따른 이해 정도에는 차이가 없었다.
활동에 참여한 시각장애학생들은 활동에 대해 쉽다, 보통이다, 조금 어렵다 등의 다양한 수준의 답변을 하였지만 과학을 공부하는 데 모형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응답하였다. 또한 시각장애학생에게는 이론을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모형을 만져가는 수업이 머리 속에 구현화 할 수 있어서 좋고, 사진과 그림을 통한 학습이 시각장애를 가진 자신의 상황에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모형의 활용이 매우 필요하다고 언급하였다. 더불어 연구자와 함께 활동한 물의 상태변화 모형에 대해서 액체인 물이 고체인 얼음으로 상태변화 시 부피가 커지는 현상을 설명하는 데 유익하며 유용하다는 답변을 하였다. 이와 같이 물의 상태변화를 설명하는 데 사용한 모형은 영상적 표상이 취약한 시각장애학생에게 상징적 표상으로 접근이 가능하게끔 도와준다고 볼 수 있다.9
대부분의 시각장애학생들은 활동한 모형의 수정 및 보완점은 없지만 자석의 크기가 컸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학생04). 이 연구에서 사용한 모형은 정안인 과학교육자, 특수교사, 예비화학교사 집단15−17을 대상으로 적용한 바 있다. 이들이 얼음의 분자모형을 탐색할 때에는 대부분 처음 제시한 구조를 유지하지 못하고 곧바로 형태를 무너뜨렸다. 그러나 시각장애학생들은 작은 자석을 떼어 촉감으로 탐색하고 다시 원래의 위치에 되돌려 놓는 등, 주어진 모형을 가능한 조심스럽게 탐색함으로써 처음 제시된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활동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선행연구에서 정안인 입장에서 제안된 시각장애학생에게 적용할 때의 안전 문제에 대한 과학교육자와 특수교사의 지적은 실제로 시각장애학생에게 적용할 때에는 다르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시각장애를 가진 학생들은 주어진 학습자료를 섬세하게 촉각적으로 탐색하기 때문에 학습자료를 제작할 때 미리 제한을 둘 필요가 없으며, 오히려 시각장애인(학생)과 함께 개발하면서 좀 더 적극적으로 제작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17
이 연구에서는 물과 얼음의 분자모형 탐색 과정을 통해 시각장애 중고등학생들의 물의 상태변화 개념을 조사하고자 하였다. 분자의 구조 및 배열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시각장애 중고등학생들은 이 연구에서 제시된 분자 모형이 물 분자와 얼음 분자 모형임을 비교적 쉽게 인식하고 받아들였고, 이 모형을 이용하여 물에서 얼음으로의 상태변화 시 부피가 증가함을 이해하였다. 물에서 얼음으로 상태변화할 때 부피가 증가하는 현상을 물 이외의 다른 물질의 경우로 혼동하거나 물 분자의 화학식이나 구성 원소에 대해서는 잘못된 이해를 가진 경우가 조사되기도 하였다.
중학생과 고등학생 사이에 개념 이해 정도에 차이가 크지 않았던 결과는 고등학교 과정에서 물질의 입자성이 강조된 화학 I 교과를 이수하더라도 개념 이해가 향상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추상적인 입자 개념이 지도하고 배우는 데 어렵다는 점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시각장애 고등학교 과정에서는 과학 과목이 직업 교육 과목인 이료(醫療) 교과로 대체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추상적인 과학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근본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9,21 참여 학생의 시각장애 정도에 따라서도 개념 이해 정도에는 차이가 없었다.
시각장애학생들의 촉각적 모형에 대한 인식은 매우 긍정적이었고, 정안 학습자와는 달리 제시된 분자 모형을 구체적이고 섬세하게 탐색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특히 이 연구에서 사용한 얼음의 분자모형이 물 분자 사이의 거리를 촉각을 통해 확인하도록 함으로써 입체적인 개념 이해에 도움을 줄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이 연구에서 조사된 시각장애학생의 얼음 분자 모형에 대한 이해와 선행연구들15,16에서 조사된 정안인 교육자의 이해가 다소간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차이를 확인하고 보다 실질적인 학습자료 개발을 위해서는 교구 개발과정에 시각장애학생이 보다 활발하게 참여하는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17
본 연구 결과를 통해 시각장애 중고등학생들의 물의 상태변화에 대한 이해가 미시적 수준에서 이루어질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시각적 경험의 제약이라는 장애 특성과는 무관하게 시각장애학생들의 입자 개념에 대한 이해가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모형을 활용한 학습의 기회를 통해 시각장애학생들의 개념 이해를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5,9,28−31 이러한 모형들은 정안 학생들의 개념 이해에도 도움을 줄 수 있으므로 과학 학습에 유익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 연구의 결과만으로는 시각장애 중고등학생들의 물의 상태변화에 대한 이해가 시각장애로 인한 특징적인 반응인지, 그리고 시각장애와 관련된 원인에 따른 반응인지를 밝히는 데 한계가 있다. 또한 사용한 모형을 활용한 물의 상태변화 개념에 대한 심층적 연구가 매우 부족한 실정이므로, 학생들의 수업 관찰, 일대일 면담 등에 근거한 심도있는 정성적인 연구를 진행하여, 학습에 대한 화학 개념의 부족인지, 그리고 사용한 모형이 시각장애학생의 물에 대한 개념이해에 어떠한 면에서 도움이 되었는지를 드러내는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밝힐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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